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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인 줄 알았는데 오렌지 1

누구의 잘못일까

by 어린왕자


먹을거리를 사면서

봄이 오는 식탁을 차리고 싶었다

텃밭에서 시금치를 캐 나물을 할 것이고

파를 뽑아 양념장 만들 것이다

사과도 사고 블루베리도 사고

체리도 사고

투명 용기에 담긴 자그마한 게

까먹기 좋은 귤로 보였다

내 손을 빌리지 않아도

누구나 까먹기 좋은 크기의 귤

냉장고 깊숙이 넣어 두고

며칠 지나 꺼냈다

이런, 귤이 아니구나! 오렌지구나!

귤인 줄 알았는데

크기가 작은 오렌지가 꼭 귤 같다

오렌지 아래 부분을 칼로 잘라내고

손가락을 더듬어 껍질을 벗겨낸다

쉽게도 벗겨진다

까놓고 봐도 귤 같다

맛도 귤맛이다

아직도 속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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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