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익어가는 계절 앞에서
아프다 하면서도 애써 놓지 못한다
먹먹함이 밀려오는 이름 고향,
그리움의 연결고리가 이어져 있을까
내 청춘들의 잔상이 곳곳에 남은
그 발걸음이 묻히기 싫은 이유일까
머무르는 것만이 지키는 건 아니기에
삶의 노곤함은 어디에나 있다
붉은 토마토 끝에 달린 인연은
질기고도 질겨 아직 초록으로 남고
매달린 오이 끝은 메마른 땅에 고개를 파묻고도 곧게 일어선다
밥숟가락의 뜨거운 기운이 올라와
모르는 척 아닌 척 해도 스산한 가을을 그리며
나에게 의미를 던지고 있다
섧워하던 엄마의 눈물이 녹아든 땅이었기에
질펀했던 아버지의 삶이 켜켜이 묻혀 있기에
쉽게 떠나지 못하는 뜨거운 심정은
긴 한숨이 되어 바람결에 스쳐 지난다
땅에서부터 시작된 손길은
세 아이를 키우고도 남을 널찍한 터를 이루었고
품에 닿을 만큼 튼튼한 담장을 만들었다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나를 향한 배려는 이미 담장의 경계를 허물었는데
호박넝쿨 하나가 회색 담장을 넘었다
손을 뻗은 그 자리는 또 다른 길
저쪽에서 내려다보면 아직은 넓다
제각각 다른 세상을 찾아 훌쩍 뛰어넘은 담장 끝에
부모는 또다시 너른 가슴으로 맞아주리라
기대하는 건 아니다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다만 스러지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어설픔을 붙잡고 싶은 것이다
매미 울음소리 그치면
어설프게 아파하던 언덕에도
청아한 귀뚜라미 소리 그리워질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