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기 쉽지 않다
미서부 여행 중 제일젤 마시고 싶었고 제일 먹고 싶었던 것은 다름 아닌 커피였다. 물도 사서 먹어야 하는 여행이라 텀블러 하나쯤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식당을 오갈 때 물을 담아 다녔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곳도 많다. 호텔에서조차 물을 주지 않아 체크인할 때마다 하나씩 사 들고 들어가야 했다. 500미리리터 하나로 다음날 조식까지 먹어야 하니 아낄 수밖에 없었다. 미서부는 비도 없는 사막이라 물을 구하기 힘들어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화장실 물은 엄청난 속도로 내려간다.
여행 3일 차 들른 라스베이거스 밤거리. 화려한 밤문화의 조명과 음악을 뒤로하고 잠시 30분 자유시간을 가졌다. 말이 30분이지 서 있는 곳 주위를 한 번 둘러보다 보면 30분이 훌쩍 지나간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하는지도 모를 만큼 빨리 지나가버리는 시간이다. 자유여행이라면 커피 한 잔도 쉬엄쉬엄 마실 수 있었을 텐데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가면 어느새 약속 장소에 다다르게 된다.
스타벅스가 보이면 탄성부터 나왔다. 들어갈 수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에 소리나 한 번 질러보면 더 들어가 보고 싶은 충둥이 일지 않을 수 없다. 테이크아웃을 하려 해도 어영부영한 제스처에 시간이 흐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감히 선뜻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 상황이 우스우면서도 한심스러웠다.
며칠을 커피 한 잔 마시지 못하다가 유니버셜 스튜디오 관람 때 가진 자유시간, 지치고 더운 날씨에 걷기도 힘들어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익숙하게 들어선 매장에서 우리는 호기롭게 주문대 앞으로 갔다. 공간이 비어 있기에 당연히 주문을 하려 했는데 매장 직원이 뒤로 가라고 뭐라 하더니 손가락으로 원을 그린다. 아, 줄 서는 곳에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었는데 그걸 보지 못한 것이다. 익숙한 곳에서 익숙지 않은 풍경을 접하고 말았다. 띄엄띄엄 서 있는 사람들 뒤로 바짝 붙어 섰다. 관광객들은 정말이지 주문을 하려는 사람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았다. 굿즈를 구경하는 사람처럼 여유롭고 한산한 틈새가 있는 줄이었다.
덥다고 아이스커피를 마셨더니 화장실이 급했다. 매장 내에는 화장실이 없어 또 밖으로 나가 한참을 뛰며 달리며 화장실을 찾았다. 모이기로 한 약속 시간은 다가오고 화장실 찾는 몸과 발걸음은 무겁고 주위엔 일행들이 아무도 없고 이러다 국제 미아가 되어도 할 말 없었다.
미국 스타벅스는 뭔가 특별하고 다를 줄 알았다. 거기서 거기지 무엇이 그리 특별할까마는 한국과 미국이라는 나라 특성상 어리바리 말 한마디 못 할 줄 알았는데 그나마 어찌어찌 원하는 커피를 손에 넣고 말았다. 대단했다. 커피 한 잔 때문에 주변의 사진 찍는 걸 포기해야 했지만 커피 한 잔 덕분에 아팠던 다리도 진정시켜 주고 거칠게 몰아치던 호흡도 정리하고 그토록 가보려 했던 미국 스타벅스에서 주문도 해 보았다고 웃으며 출입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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