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궁궐을 걷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길ㅡ창덕궁

by 어린왕자
창덕궁



고즈넉한 돌담길을 느긋하게 걷고 싶었던 갈망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혼자가 아니라서 그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너무 춥지도 않아야 하고 너무 덥지도 않아야 하고 이왕이면 단풍길이었으면 좋겠고 눈 내리는 돌담길이면 더욱 좋겠다 했다.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추고 걷기엔 시간도 여유도 맞아떨어지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번 덕수궁 돈덕전 쿠키런 문화유산 전시회에 갈 일이 있어 창덕궁 후원 예약을 미리 했다. 크리스마스라 혹시나 눈이 내리면 ㆍㆍㆍ. 기대는 역시 사람을 들뜨게 한다. 새벽 기차를 타고 설렘 안고 서울 입성했다.

오래되고 휘어진 나무 한 그루가 오백 년 도읍 조선 왕조의 역사를 꿰뚫으며 창덕궁 입구를 당당하게 지키며 버티고 서 있다. 군데군데 생채기가 고스란히 역사를 전해주듯 위용을 뽐내며 사라지지 않고 솟아 있어 자랑스럽다.

인정전


창덕궁은 태종이 1405년 조선의 제2궁으로 창건한 곳이다. 산자락에 자리 잡은 창덕궁은 인위적인 제도에 벗어나 자연 지형에 순응하고 변화를 거듭한 가장 한국적인 궁궐이라 칭한다. 1917년 대조전을 비롯한 많은 전각들이 불타 없어지자 경복궁의 전각들을 헐어 옮겨 짓는 등 많은 전각들이 변형되고 훼손되고 철거되었다가 1991년부터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조선 궁궐의 원형을 충실히 지니고 있으며 동궐인 후원은 한국 전통 조경의 특성과 아름다움을 가장 훌륭하게 구현한 예로 평가되고 있다.


크리스마스날이라 화려하게 치장하진 않았지만 역시나 궁궐은 고즈넉하고 평온하고 좋다. 왕이 앉은 왕좌를 보면서 그들의 무게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은 가지 않지만 백성을 위하는 마음만큼은 이 궁궐의 묵중한 무게만큼 무겁지 않았을까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늠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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