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사춘기 시작을 알리는 가장 큰 신호는 어쩌면 그 변화된 표정과 말투일 것이다. 무엇이든 하고 싶어 하던 어린아이가 어느새 무엇이든 하기 싫어하는 사춘기라는 높은 벽 앞에 서 있다.
부모는 기대를 품고 아이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진로 선생님이나 담임 선생님은 다르게 접근하신다. 아이의 흥미와 잘하는 것을 관찰하고, 무엇보다 귀 기울여 듣는다. 여기서 가장 큰 차이가 드러난다.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진실을 가리는 것보다 공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꿈은 바뀌고, 세분화되고, 발전한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아이들은 당장 멋있어 보이는 것에 이끌리고, 미래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다. 그래서 진로적성검사는 신기한 거울이 된다.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가능성을 보여주고, 현재의 관심사가 실제 적합성과 만나는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사춘기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것은 학교 시험 점수다. 지금의 성적이 미래의 직업까지 결정하는 절대적 장벽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학업이 내 미래 역량에 전부로 착각하는것.
우리 아이들이 지금의 공부를 과정으로 받아들이려면, 무엇보다 시간의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정해진 스케줄이 없으면 핸드폰 외에는 할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간을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정해준 학원과 학교 수업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일 뿐이다.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한 주인은 더 이상 주인이 아니다.
나는 종종 학교운영위원장으로 외부 강연이나 지역 권역별 교육청 연계 학부모 모임에 가면 학부모님의 교육 또는 생활적 측면의 다양한 고충을 듣게 되었다. 결국은 아이의 행동에 대한 불만이나 학업역량의 부족 그리고 학군지와 학원 과외 등 사교육의 정보 부족처럼 해결보다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또 결과만 놓고 보는 문제는 이렇게 들려오지만 결과적으로는 주체가 빠진 해결책 또는 대안일 때가 많았다.
우선 사춘기 자녀에게 제한하기보다 자신의 시간을 돌려주어야 한다. 삶의 선택과 책임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선택이 잘못될 수도, 잘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결과는 오롯이 아이 자신의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학습도, 비전도 자신의 도전의 일부가 된다. 자신의 시간을 소비하는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며,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간다.
“무엇을 해라”라는 대화 패턴은 소통을 오히려 차단하는 것일지 모른다. 열린 대화는 열린 사고를 깨우고 아이 스스로 세상과 자신을 향해 눈을 뜨고 사고를 열게 하면, 자각된 주인의식은 자신의 삶을 온전히 진두지휘하게 될 수 있다.
부모는 뒤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자전거의 안장을 때때로 잡아주면 된다.
핸들링은 아이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는 자신의 길을 달려간다. 넘어지고, 일어서고, 방향을 바꾸고, 다시 페달을 밟으며. 그 모든 순간이 아이 자신의 것이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성장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