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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이 말한다
천편일률에서 벗어나라고
어리석게 시집 천권 살 계획을 한다
읽을 계획보다는 '살' 계획
언제나 인생을 예고처럼 산다
'했다'보다 '할 것이다'라고
시집 천권을 사기도 전에
새하얗게 파산할지도 모르지만
시집 천권을 읽기도 전에
새빨갛게 달아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천편일률이 문제가 아니라
풀처럼 자라는 애부터 감당해야 한다고
그러면 천편일률에서 저절로 벗어날지도
모른다
2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절기節氣이다
사들일 생각과 읽을 생각 같은
꼼수 부리지 말고
시계를 보지 말고
달력을 보지 말고
당장 구름과 몸을 합치고
볼따구니에 바람을 태워라
자꾸 창문을 통해 밖으로 기어나가
아스팔트의 신음 소리에 귀 기울여라
24 절기처럼만 살아라
이보다 더 솔직 정확할 수 없게
그들처럼 육신을 15도 기울여
비틀비틀 나아가는 거다
엉기성기 울어보는 거다
아이와 절기는 이음동의어
호기심이 많은 아이처럼
갸우뚱 고개를 15도 기울여
찰방찰방 나아가는 거다
보들보들 울어보는 거다
앞 구르기 스물네 번
궤도 일탈 열두 번
절기처럼 비딱하게 적확하면
아이처럼 사시사철 궁금하면
어느덧 천편일률에서 가뿐히 벗어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