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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맥가이버 Oct 17. 2023

[시] 시


시시해 보이지만


시시하지 않다



시시하다가


시시하지 않다



아무것도 몰랐을 땐


가진 자들의 말놀음인 줄로만 알았다


읽어서 통 알 수 없을 땐


있는 자들의 뽐냄인 줄로만 알았다



사는 건 원래 


방귀 뀌려다 똥 싸는 것처럼,


목숨을 건 나보다 그냥 한번 와본 애가


뭔가 되는 것처럼,


의지와 열정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시시하니까 


시시로 스며든다



시시하니까


시시로 피가 돈다



학창 시절 읽었던 시는


보았고


읽었고


줄 쳐서


틀에 가두었다



지금 읽는 시는


혀를 살짝 대어 맛보고


아랫니 윗니 만나며 씹어보고


커피 호로록 마시듯 음미해서


마음의 평상에 펼쳐 놓았다



나는 이제부터 시 감상의 동사를 수정한다


'어렵다'에서 '신난다'로


'공부한다'에서 '노동한다'로


'미치겠다'에서 '미친다'로


'모르겠다'에서 '살아간다'로



시시는


언어가 아니다



시시는 


몸에 탁 붙어있는 먼지 같은 것


피를 돌게 하는 티끌 같은 것


고로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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