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해 보이지만
시시하지 않다
시시하다가
시시하지 않다
아무것도 몰랐을 땐
가진 자들의 말놀음인 줄로만 알았다
읽어서 통 알 수 없을 땐
있는 자들의 뽐냄인 줄로만 알았다
사는 건 원래
방귀 뀌려다 똥 싸는 것처럼,
목숨을 건 나보다 그냥 한번 와본 애가
뭔가 되는 것처럼,
의지와 열정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시시하니까
시시로 스며든다
시시하니까
시시로 피가 돈다
학창 시절 읽었던 시는
보았고
읽었고
줄 쳐서
틀에 가두었다
지금 읽는 시는
혀를 살짝 대어 맛보고
아랫니 윗니 만나며 씹어보고
커피 호로록 마시듯 음미해서
마음의 평상에 펼쳐 놓았다
나는 이제부터 시 감상의 동사를 수정한다
'어렵다'에서 '신난다'로
'공부한다'에서 '노동한다'로
'미치겠다'에서 '미친다'로
'모르겠다'에서 '살아간다'로
시시는
언어가 아니다
시시는
몸에 탁 붙어있는 먼지 같은 것
피를 돌게 하는 티끌 같은 것
고로 살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