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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맥가이버 Oct 17. 2023

[시] 아들의 엄마

아들의 엄마가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아들의 엄마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빨간 망토를 입은 소녀는 될 수 없습니다

투명하고 시뻘건 해병대 교관 모자를 씁니다


동작 그만 안 합니까아아아아아아

가래침을 목구멍에 동글동글하게 모아

뱉으며 밥 차리는 사람이 아들 엄마입니다


이열종대로 헤쳐 모여 안 합니까아아아아아아

발끝에 걸린 다크서클에 리프팅 세럼을 발라

걷어올리며 청소기 돌리는 사람이 아들 엄마입니다


아들의 엄마가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아들의 엄마는 다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아들들과 그들의 아버지를 따라 이발을 합니다

수건으로 탁탁 털어 말리며 해병대 교관 모자를

다시 눌러씁니다


자기 전에 스킨로션 안 바릅니까아아아아아아

피부를 두드릴 시간도 사치라

문지르며 거울도 안 보는 사람이 아들 엄마입니다


여자라는 것을 망각한 거 아닙니까아아아아아아

성수동 핫플에서 인생 네 컷을 찍었더니

한껏 뽐낸 표정을 보고 누가 그러더랍니다

이 사람 남자이지 말입니다 

리본 머리띠가 어이없어하지 말입니다 


여성성 따위 쌀 위에 콩처럼 뿌려서 솥에 안칩니다

지나가다 등을 툭 치며 어떤 이가 아저씨 해도 

어쩔 수 없지 말입니다

아들의 엄마가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아들의 엄마는 정말로 그럴 수 있습니다 

나를 보면 말입니다 

눈가에 사는 희로애락이 찡끗하지 말입니다 



여성성이 있었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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