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들여다보는데
눈 부랄이 아는 척했다
속눈썹 차양 때문일까
너무 모른 척해서일까
거무튀튀하고 음산한 아이 같다
쫙 손가락으로 펴보니까
스무 살이 안녕한다
난 내 나이한테 처음으로
모른 척했다
어른은 지하철 공짜로 타면서
경로 우대석에 자꾸만 몸을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이 한 몸이라며
자꾸만 아는 척하는
어깨가 자본과 노동에
쇠똥구리 똥처럼 돌돌 말려있는
젊은이들에게
옜다! 나는 오늘 건강하니까
동그란 청년 여기 앉게나
아는 척하는 게 어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쇠똥이 구르는 것만 봐도
까르르 모른 척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쇠똥이 아는 척했다
봄과 가을 때문일까
눈 부랄이 쫙 펴져서일까
누가 머리만 톡 쳐도 울던 꼬마 같다
쇠똥과 계절을 킁킁거리니까
열 살이 반가워한다
난 내 나이한테 자꾸만
모른 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