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 난 내 나이한테 자꾸만 모른 척했다

by 주부맥가이버


거울을 들여다보는데


눈 부랄이 아는 척했다


속눈썹 차양 때문일까


너무 모른 척해서일까


거무튀튀하고 음산한 아이 같다


쫙 손가락으로 펴보니까


스무 살이 안녕한다


난 내 나이한테 처음으로


모른 척했다




어른은 지하철 공짜로 타면서


경로 우대석에 자꾸만 몸을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이 한 몸이라며


자꾸만 아는 척하는


어깨가 자본과 노동에


쇠똥구리 똥처럼 돌돌 말려있는


젊은이들에게


옜다! 나는 오늘 건강하니까


동그란 청년 여기 앉게나


아는 척하는 게 어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쇠똥이 구르는 것만 봐도


까르르 모른 척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쇠똥이 아는 척했다


봄과 가을 때문일까


눈 부랄이 쫙 펴져서일까


누가 머리만 톡 쳐도 울던 꼬마 같다


쇠똥과 계절을 킁킁거리니까


열 살이 반가워한다


난 내 나이한테 자꾸만


모른 척했다





1697411821991.jpg?type=w773 가을 by 뮤즈



keyword
이전 26화[시] 젓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