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대대로 우려먹은 도리가
목도리가 되어 목을 죄어옵니다
안나 카레니나 속의 불행이 제각각이듯
우리 명절의 면면도 각양각색으로
뒷목 잡는 풍경입니다
설 명절의 하얀 눈처럼
추석 명절의 둥근 보름달처럼
꼭 찍어낸 듯
개성 없는 행복도 있을 겁니다
남들과 똑같은 행복이
불행의 특성을 구제해 줄 수는 없습니다
짭짤한 탕국에 김치를 얹어서
유구한 역사의 고질병을 신물과 함께
삼키며 조상님께 빌고 빕니다
묏자리가 불편하십니까?
최고급 납골당을 원하십니까?
어머니들 뼛가루 수북한 차례상을
꼭 받으셔야겠습니까?
지난 김장은 제쳤지만
이번 명절은 아니 되겠지요
올해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숨이 붙어있는 한 함께 할 명절 릴레이
그저 버티는 수밖에요
솔선수범하여 나쁜 年이 되겠습니다
버티다 보면 스스로에게 좋은 年이 될 날도
오겠지요
도리를 도리질하며 거둘 날도 오겠지요
버티기 들어갑니다
그때까지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