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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맥가이버 Oct 17. 2023

[시] 명절 버티기

조상 대대로 우려먹은 도리가

목도리가 되어 목을 죄어옵니다


안나 카레니나 속의 불행이 제각각이듯

우리 명절의 면면도 각양각색으로

뒷목 잡는 풍경입니다


설 명절의 하얀 눈처럼 

추석 명절의 둥근 보름달처럼 

꼭 찍어낸 듯

개성 없는 행복도 있을 겁니다


남들과 똑같은 행복이

불행의 특성을 구제해 줄 수는 없습니다


짭짤한 탕국에 김치를 얹어서 

유구한 역사의 고질병을 신물과 함께

삼키며 조상님께 빌고 빕니다


묏자리가 불편하십니까?

최고급 납골당을 원하십니까?

어머니들 뼛가루 수북한 차례상을 

꼭 받으셔야겠습니까?


지난 김장은 제쳤지만

이번 명절은 아니 되겠지요

올해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숨이 붙어있는 한 함께 할 명절 릴레이

그저 버티는 수밖에요


솔선수범하여 나쁜 年이 되겠습니다

버티다 보면 스스로에게 좋은 年이 될 날도

오겠지요

도리를 도리질하며 거둘 날도 오겠지요


버티기 들어갑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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