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틈서리가 자꾸 손짓하였다. 존재를 알아달라고. 모른 척하는 것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당연한 것이지만 삶에는 사람이 들었다. 베풂의 일환으로 사람 人 자 같은 ㅅ의 자리에 그 밑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ㄹ을 잠시 올려두면 부지불식간에 사로 읽혔다가 람이 된다. 사ㅡ람. 이렇게 나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면 다른 누군가 나에게 겹쳐진다. 삶은 그래서 오해보다는 이해가 필요하며 그 이해를 바탕으로 글이 태어나는 건지도 모른다. 수많은 오해가 난무하는 세상, 그까짓 자음과 모음이 뭐라고. 짝짓기를 하는 세상의 암수들처럼 까만 선들의 조합은 결국 더 나은 나를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