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시가 오더니 가랑이 사이에
고개를 처박는다
그 뒤로 줄줄이 고개를 박아대는 언어들
저 뒤에서 숨 고르기를 하는 물음은 누굴까?
성난 소처럼 발을 구르고
성냥불처럼 지이익 그으며
냅다 달리기를 하는데
엄마가 작두를 타듯 기역의 등에 올라타
니은과 디귿 종국에는 히읗과 사타구니가 만난다
엄마의 푸른빛 촘촘한 발이 칼 위에서 춤추면
나는 멀찍이 떨어져 실눈을 뜨고 의심했지
저 위에서 숨 고르기를 하는 여자는 누굴까?
칼이 뭉뚝한 것일지도 몰라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언어의 속삭임
시와 엄마가 손 잡고 칼을 타네
나는 멀찍이 떨어져 달눈을 뜨고 감탄했지
저 아래서 숨 고르기를 하는 문자는 누굴까?
사타구니를 타고 오르내리는 전율
엄마의 발바닥에 새겨지는 신음
고개 숙인 시의 영원히 답 없는 질문
엄마는 훠이훠이 가고
나는 뜨문뜨문 알고
시가 절룩절룩 온다
어긋난 말뚝박기의 삼중주
시는 가랑이 사이로
꼭 그렇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