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눕고
일어선다 나는
배와 배로 써서 입을 맞춰
등과 등을 맞대고 서서 읽어
글은 벗고
붉힌다 나는
앎이 와서 몸이 되어
씀이 와서 혼이 되어
글은 울고
훔친다 나는
글자를 뚝뚝 떨구면
기억의 행주를 꼭 짜내어
글은 숨고
헤맨다 나는
오열하는 백지가 내달리면
행간을 탐하는 문답의 숨바꼭질
글은 오고
간다 나는
온몸 바스러지게 내어주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탈바꿈
서로의 삶을 베어 피 흘리는
이타적 원수의 발족
글 그리고 나
만나기 전으로
벌거벗은
피투성이인
험지로
무한하도록
돌아가지 말자는
돌아갈 수 없다는
서로에게 품위를 부여하는
언어적 연인의 탄생
글 그리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