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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맥가이버 Oct 17. 2023

[시] 존경심 유발자

어느 날 열세 살 큰 아이가 무심한 듯 그런 말을 했다. 아빠를 존경한다고. 요즘처럼 세대 간 이질감이 심한 시대에 아들로부터 존경심을 유발하다니 가정을 꾸린 지 십삼 년 만에 꽤나 (더구나 존경의 대상이 내가 아니고 남편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실은,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이의 입에서 나온 '존경'이란 단어에 내 귀를 의심했다. 가령 '감사'라던가, '(부모님의) 은혜' 정도라면 모를까, 존경씩이나. 개똥이 남편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하늘이 내린 '개똥이' 작위를 받은 우리 집의 가장으로서 집안 대소사를 바깥일로 인해 능히 모두 다 비껴가는 사람이다. 개똥처럼 약에 쓸려고 해도 그때마다 자신의 부재를 신랄하게 증명해 낸다. 아이에게 아빠를 왜 존경하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대답하기를 매우 주저했다. 기나긴 설득 끝에 들었던 그 이유는 바로 엄마를 (아빠가) 데리고 살아줘서,였다. 이것은 시였다. 이성복 시인의 시론 [극지의 시]에 나오는 한 구절에 의하면, 수많은 감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오는, 우습고, 서럽고, 한심하고, 허망하고, 가슴 아프고...... 뭐 어떻게 입을 댈 수가 없는 일이었다. 여러 가지 맛이 한꺼번에 올라오는 오미자 맛처럼. 그래서 나는 이 사건을 다분히 시(詩) 적이라 칭하며 (마음속으로 울다가) 매우 크게 웃어젖혔다. 


엄마를 데리고 살아줘서.


그날... 나도 웃고 모두가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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