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출장 보낸다
통영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 갈색빛 항아리는 분주하다
손이 물을 머금을수록
몸은 짠내를 가득 품는다
곳곳 돋아난 자그맣고 버석거리는
생의 꽃과 함께
항아리 안에 웅크려 앉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나를 그곳으로 보낸다
잠들지 못한 새벽녘도 좋고
꺼이꺼이 울었던 대낮도 좋고
비뚤어짐에 못 이겨 치를 떨던 밤도 좋다
푹푹 절여라
나를 그 안으로 보낸다
홍합, 대구, 전복, 볼락, 갈치,
온갖 물빛 바다가
삶의 비린내를 엮어 모두가 엎치락뒤치락
푹푹 익어라
나는 또 다른 나를 보낸다
익힘과 삭힘
궁극의 짠내가 폭발하는 항아리 우주로
나를 보낼 테니
그대여
혀가 마비될 만큼 짠내 잉태된
가없는 젓갈이 되어라
하늘과 바람과 볕과 바다가 만나는 그날
나를 출장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