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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젓갈

by 주부맥가이버

나를 출장 보낸다


통영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 갈색빛 항아리는 분주하다


손이 물을 머금을수록

몸은 짠내를 가득 품는다


곳곳 돋아난 자그맣고 버석거리는

생의 꽃과 함께

항아리 안에 웅크려 앉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나를 그곳으로 보낸다


잠들지 못한 새벽녘도 좋고

꺼이꺼이 울었던 대낮도 좋고

비뚤어짐에 못 이겨 치를 떨던 밤도 좋다


푹푹 절여라

나를 그 안으로 보낸다


홍합, 대구, 전복, 볼락, 갈치,

온갖 물빛 바다가

삶의 비린내를 엮어 모두가 엎치락뒤치락


푹푹 익어라

나는 또 다른 나를 보낸다


익힘과 삭힘

궁극의 짠내가 폭발하는 항아리 우주로

나를 보낼 테니

그대여

혀가 마비될 만큼 짠내 잉태된

가없는 젓갈이 되어라


하늘과 바람과 볕과 바다가 만나는 그날

나를 출장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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