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세상에 남의 편 말고 나의 편
남편은 개똥이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고
좀 쓰려고 하면 남편이 없다
에라이, 개똥만도 못한 것
남의 편 말고 나의 편
남편은 진정한 개똥이
새로 이사를 하며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도
늦둥이 둘째가 벽에 머리를 처박고
피를 철철 흘릴 때도
삐뽀 삐뽀 119가 출동해서
응급실로 내달릴 때도
집 전등에 불이 켜지지 않을 때도
주방 수전이 낡아빠져 삐걱거릴 때도
개똥이 남편은 전국을 누비며
자꾸 집에 없다
영구 없다
맹구 없다
개똥이 남편 집에 없다
개똥이는 하늘이 내린 작위
집안 대소사를 다 비껴가게 만드는
신의 영역에 도전은 금물
술 취한 어느 날,
우리 집에 밤새 솔솔 퍼진 똥 냄새
세상에 남의 편 말고 나의 편
개똥이 남편 신발 뒤축에 붙어온 개똥으로
에라이, 남편은 영원한 개똥이
집에서는 개똥이어도
밖에서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어라
에라이, 남편은 천상 개똥이
내게도 개똥이, 빛과 소금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