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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텅장

by 주부맥가이버

내 수중에 하나 있는 텅장

남자가 불알 두쪽 갖고 살듯

내 남자의 목숨줄, 텅장 하나

그이의 발꼬랑내와 겨드랑이 땀으로

축축한 그곳

일하던 엄마의 진액이

끈적거리던 그곳

핏덩이 큰 아이를 업고

그이의 회사 앞으로 가려고 했지

'내 남편을 집으로 보내달라!'

으리으리한 프랑카드를 깃발 삼아

텅장은 왜 자꾸 텅장인 것이냐

담판을 지으려고 했는데

숨 쉬는 누구도 살지 않는 그곳

어른 남자와 어른 여자의

막연한 꿈이 담긴 그곳

스치듯 지나간

물질만능주의와 자본주의의 합작품

텅장에 기댄 그이와 여자는 오늘도 서슬 퍼런 땀과 진액을 뽑는다



IMG%EF%BC%BF20230402%EF%BC%BF092912%EF%BC%BF973.jpg?type=w773 그이와 여자의 합작품, 길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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