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님
천지신명이시여
그 대물림 제게 주소서
저는 아무도 믿지 않사오나
그 대물림, 필시 제게 내려주소서
늙은 여자가 젊을 때 앓은 무병
지금 제가 앓고 있으니
밤마다 쓰지 못해 애끓는 글병
글판에서 제가 불려드리겠나이다
가뜩이나 힘들게 사는 둘째에게
떵떵거리며 사는 셋째에게
마음이 흔들거리는 막내에게
부디 가지 마옵소서
늙은 여자의 우련한 神기를
제게 내려주옵소서
가나다라마바사로
모둠전을 부치겠나이다
희귀한 단어를 섞어
삼색나물을 무치겠나이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늙은 여자가 벌렸던 그 굿판
글판으로 차려내겠나이다
부디 제게 文기를 내려주시옵소서
신명 나는 글발을 제게 꼭 주시옵소서
늙은 여자의 풀지 못한 恨
여자의 장녀인 제가 풀어드리겠나이다
신령님
천지신명이시여
그 대물림 제게 꼭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