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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맥가이버 Oct 06. 2023

[시] 식탁


여자의 세계에 우뚝 서 있는 곳


식탁광역시


여자는 밤이면 식탁등을 불빛 삼아


고독한 산책을 나선다



식탁 상판에 노니는 자음과 모음들


글판에서 뛰어노는 여자의 자유로운 영혼은


해가 빠끔 고개를 내미는 새벽


피로에 취한 육신이 꾸벅꾸벅 조는 밤


의무과 권리의 빗장을 풀며


식탁 위에 드러누워 배영을 즐긴다



아침에는 시리얼이 부슬거리는,


점심에는 라면 국물이 침을 흘리는,


저녁에는 뚝배기에 찌개가 용솟음치는,


사각의 원초적인 돌밥 세계


식탁광역시



그 자치시에 사는 여자는,


앉아서 마시듯 밥을 먹다가


낄낄낄 웃긴 세상에 밥알을 튀기며 소리치다가


꺽꺽꺽 억울함에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붓는다



자신을 위한 방 하나 갖지 못한 여자는,


사각의 링에 쪼그려 앉아


남편의 어퍼컷 한방에 으스러지고


아이의 무심한 독침에 몸살을 앓는다



식탁광역시여!


굳건하라!


여자는 사각의 식탁 위에서


혼자만의 광복光復을 맞이한다


식탁 독립만세!


식탁광역시 독립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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