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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우 Oct 20. 2023

왜 인간은 똥 때문에 수치스러워야 하는가 -1

메챠쿠챠 와타시노 일상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매사추세츠 주립대 대변항문학과 김학문 교수(39세)는 인간의 대장 내 머무르는 분변을 체외로 배출하지 않고 체내에서 기화시키는 약을 발명했다. 하루에 한 알, 김 교수의 약을 복용할 시 대변으로 화장실을 찾을 일이 아예 없어진다. 따르는 부작용으로는 기화된 대변의 체외 배출을 위해 잦은 똥방귀가 야기될 수 있다. 김 교수는 데이트 중 길 한복판에서 대변을 체외 배출한 탓에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를 잃었다. 고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김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들은 모두 김 교수와 같은 경험이 있거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앓고 있다. 라는 기사가 내일 당장이라도 나를 반긴다면… 왜 인간은 똥 때문에 수치스러워야 하는가.



타인의 수치는 희극이다. 또한 시대와 연령을 불문하고 똥과 방귀라는 소재는 개그계의 성경처럼,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분류하자면 클래식이랄까. 따라서 이제부터 적을 이야기는 분명 재미있을 것이다.


기억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이른 경험은 중학교 재학 시절, 아마 이학년 때였을까. 매일 아침 규칙적인 장운동은 참을 수 없는 변의를 불러왔고 그는 곧 쾌변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그 시간이 항상 일 교시가 시작되고 중반 즈음 지났을 무렵이라는 것. 그리고 똥을 싼다는 것이 그저 생물학적 진리가 아닌 아직은 수치로 받아들여질 나이였다는 것. 그랬다. 매일 일 교시 중간 즈음 나는 손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교우들에게 똥를 싸러 간다고 의심받지 않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일을 끝내고 돌아왔다.


사건이 터진 날은 담임 선생님께서 수업하시는 국어 시간이었다. 나는 또 손을 들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이 거듭되자 선생님께서는 내가 그동안 들인 노력들이 무색하게도 너무나 대놓고 물어보셨다.


“너, 혹시 똥 싸러 가니?”


밀려오는 민망함에 정색을 하고 화를 내며 교실을 나섰다. 아이, 무슨 똥을 싸러 가냐고. 나 그런 사람 아니라고. 못 믿으시겠으면 화장실 갔다가 언제 오나 시간 한 번 재보시라고.


지어진 지 기십 년이 지난 학교의 화장실은 단 두 칸. 그마저도 양변기가 아닌 좌식 변기였다. 화장실 입구에서 그나마 먼 칸으로 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앉았다. 영혼마저 쏟아낼 정도로 힘을 주어 순식간에 일을 끝내고 물을 내렸다. 칸에서 나와 손을 씻고 교실로 돌아가려는데 그 첫걸음에 일이 잘못됐음을 알았다. 슬리퍼가 마른 타일 바닥에 닿는 건조한 소리가 아닌 ‘찰박’하는 물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숙여 바라본 바닥에는 변기에서 넘친 물이 흥건했다. 부유하는 건더기들도 보였다고는 절대로 적지 않겠다. 너무 더러우니까.


화장실 청소 도구함을 뒤져 빗자루를 꺼내 바닥 쓸어 내용물들을 변기로 흘려보냈다. 다행스럽게도 변기가 완벽히 막히지 않았는지 미세하게나마 물을 삼키고 있었다. 이제는 얼마나 걸리냐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흔적을 잘 지우느냐가 문제였다. 바닥을 다 쓸어 변기에 부유물들을 몰아넣고 다시 한번 물을 내렸다. 그리고 또 한 번 뱉어내려 드는 고놈의 주둥이 주변에서 서서 빗자루로 수비했다. 물이 다 내려가길 기다리다가 빗자루를 원래 자리에 두고 교실로 돌아왔다.


교실 문을 열자 짓궂은 한 친구 녀석이 말했다.


“똥 맞네-!”


일동 웃는다. 대답 않고 자리에 앉았다. 일동을 웃긴 친구에게는 눈을 한 번 흘겨 주었다. 그리고 문제의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별안간 복도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교실에 있던 나는 와, 씨 또 무슨 재밌는 일이 터졌을까. 하며 복도로 헤벌떡 헐레벌떡 뛰쳐나왔다. 군중들은 남녀할 것 없이 남자 화장실 앞에 모여있었다. 몇몇은 구역질을 하기도 했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내가 싼 똥이 문제를 일으켰음을.


군중 속에는 중학교 1학년 때 유난히 친했던 여학생이 있었다. 그녀의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은 동종업계에 종사하셨기에 가족끼리 만나 외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 그녀와 교내 정치 노선이 틀어지며 우리는 앙숙이 되었다. 남자 화장실 앞에서 자신과 친한 무리들과 서 있던 그녀가 말했다.


“아… 씨발, 아까 타요쿠가 똥 싸러 갔었잖아.”


그때 수업이 시간이 됨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우리는 각자의 반으로 또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이 교시 수업이 시작되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작은 목소리로 넌지시 말했다.


“00아, 나 아냐.”


친구는 무표정하게 내 얼굴을 보다가 곧 능글맞게 웃었다. 아무 말 없이. 그러고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숨이 나왔다. 그냥 죽을까. 싶었지만 뉴스에 일 교시에 싼 똥이 변기에서 넘쳐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별이 된 중학생 타요쿠(15세.)라고는  나고 싶지 않았다. 이 교시 수업이 끝나고 해명을 하려 했으나 대중들의 관심은 이미 식고 말았다. 그로부터 십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서로 연락이 두절되었지만 누구 한 명은 아직도 그때를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잊어주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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