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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우 Oct 16. 2023

20대 후반 남성. 고등학생들과 시비 붙어 -1

메챠쿠챠 와타시노 일상


대관절.

나는 어쩌자고 호랑이 굴을 제 발로 찾았을까.

고등학교 이학년 그때처럼 열 명 남짓 연신내의 일진들은 스물여덟 살의 나를 원으로 둘러 서 있었다.

경위를 적자면 이렇다.


고등학교 이학년, 나보다 딱 반만 한 키에 훨씬 더 왜소한 일진 영감님께 매타작을 당한 것이 내 인생 마지막 싸움이었다. 마지막 싸움을 계기로 나는, 내가 싸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싸움을 못한다.라고 적을 수는 없다. 일대일로 싸워서 진 적은 없으니까. 다만 싸움의 결말이 항상 문제였다. 이를테면,


초등학생 때 맞짱을 뜨자던 친구와 싸워 이겼다. 친구는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던 그의 친척 형 두 명에게 일러바쳤고 그의 친척 형들은 큰 형부터 차례대로 내게 찾아와 보복성 구타를 가했다.


중학교 삼학년 시험기간, 학생회장으로서 수업 시간에 떠들던 친구에게 주의를 줬으나 그 친구는 떠들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실랑이는 결국 싸움으로 이어졌고 이겼다. 그 결과 나는 약자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왕따가 되었다. 참고로 내가 때린 친구는 나보다 덩치가 훨씬 좋았다. (싸움을 지켜본 갤러리들은 결과론적으로 그를 약자라고 규정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위에 적은 일진 영감님의 매타작 까지.

겪은 사건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성인이 되어서도 마찰이 생기면 회피하거나 최대한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2016년이었다. 디올 옴므 수석 디자이너 애디 슬리먼이 불러온 스키니 시대가 비로소 막을 내렸다. 당시 나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을 보고 벤 에플렉의 덩치에 매료되어 헬스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헬스는 연차가 쌓이며 본격적이게 되고 2019년 삼대 운동 도합 400kg를 들어버리는 동네 헬스장 고인 물이 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 2월 나는 상경했다. 연신내였다. 그곳에 터를 잡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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