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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우 Oct 21. 2023

왜 인간은 똥 때문에 수치스러워야 하는가 -2

메챠쿠챠 와타시노 일상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하던 중 편의점에서 산 단백질 셰이크를 마시고 탈이 나 길거리에서 화장실을 찾아 헤맨 이야기, 돈가스 집에서 갑작스레 몰려온 변의 때문에 화장실을 찾았으나 문이 잠기지 않아 급한 전화를 받는 척하며 먹던 돈가스를 두고  집으로 뛰어간 이야기.(당연히 계산은 함),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와 사귀기로 한 후 첫 데이트에서 똥병이 도져 오도 가도 못하고 화장실만 들락거린 이야기. 등은 굳이 적지 않겠다. 아무리 좋은 소재라 한들 회차가 반복되면 식상해지기 마련이고 또한 훗날 얻을 유명세를 고려해 너무 많은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따라서 앞으로 딱 두 편만 더 적고 마무리 지으려 한다.



2018년 봄 나는 호주로 떠났다. 같은 해 11월 말, 모종의 사건을 겪고 예정보다 이르게 귀국했다. 묻는다면 나는 쌈장이 먹고 싶었다. 그리고 쌈장 찍은 삼겹살이 먹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쌈장 찍은 광어회가 먹고 싶었다. 여기저기 인사를 드리고 다니며 시간은 흘렀고 12월 초 고향 친구들과 망년회 겸 횟집을 찾았다. 먹성 좋은 장정들이었기에 아낌없이 안주를 시켰고 감격한 사장님께서는 생굴을 서비스로 내놓으셨다. 우리는 새벽이 되어서야 파했다.


집에 돌아와 씻고 자리에 누워 잠에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때에는 아직 밝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보니 침대 옆에 자리를 깔고 주무시던 어머니께서 일어나 내게 무어라 말씀하고 계셨다. 그 뜻을 이해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얘, 가서 토 해.”


어머니의 말씀을 이해하기 무섭게 구토감이 밀려왔다. 나는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 앞에 쪼그리고 앉아 먹은 음식들을 게웠다.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는데… 이윽고 변의가 찾아와 변기에 앉아 쏟아냈다. 다시 구역질이 올라와 변기 물을 내리고 쪼그리고 앉아 게우던 중 또다시 변의가 찾아왔다. 변기는 하나, 나오려는 구멍은 둘. 퍽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세숫대야. 그것을 들고 다시 변기에 앉아 아래로는 쏟고 위로는 게웠다.


속이 진정되고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베란다 저 멀리 에서는 동이 트고 있었다. 날이 밝자마자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진단명은 노로바이러스 감염. 서비스로 나왔던 생굴이 문제인 것 같았다. 군 시절, 여름철이면 강당에 모여 식중독 예방 교육을 받았었다. 그때 노로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식품 중 가장 대표적인 하나가 생 굴이라 배웠다. 당시에는 그저 배앓이 한 번이면 끝날 것이라 같잖게 생각했었다. 이렇게 지독할 줄이야.


병원에 다녀와서도 오전 내내 위, 아래로 게우고 쏟았다. 저녁나절이 되어서야 구토감은 멎었고 대신 몸 여기저기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 그 반점이 없어지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이때를 기점으로 나는 생 굴을 먹지 않는다. 그리고 exid의 위, 아래도 듣지 않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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