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시장과 부산 앞바다 크루즈

부산에서 한 달 살기 10월 16일 (2)

by memory 최호인

부산 앞바다를 크루즈하는 것은 부산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일이다. 바다로 나가서 부산시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크루즈를 탈 수 있는 곳은 여러 곳에 있다. 나는 그 중에서 자갈치시장에서 우연히 크루즈 매표소를 발견했다. 이 매표소는 자갈치시장 근처 부두에 있고, 그 근처에 가서 상인들에게 물어봐도 위치를 금세 알 수 있다.


이곳에서 하루에 수차례나 3층 규모의 작은 유람선이 출발한다. 내가 탔던 유람선은 영도를 지나 태종대 앞까지 다녀오며, 승선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이다.


부산 앞바다 크루즈


자갈치시장에서 출항하는 크루즈는 최저 탑승 인원이 30명이다.

배를 타고나서 나중에 알았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서른 명이나 있었다는 것을. 다른 한국인 승객은 20명도 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외국인 단체 승객 덕분에 크루주를 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 다음에 있는 6시, 8시 크루즈 플랜은 모두 취소됐다. 이렇게 손님이 없어서야 어떻게 영업이 될까.


뭐 월요일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러기를 바랐다.


나중에 배에서 내려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크루즈 단체 관광객들은 덴마크에서 온 대학생들이었다. 나중에 한 학생에게 무슨 공부를 하는데 이렇게 부산에 왔냐고 물었더니, 선박엔진지어링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라고 했다. 닷새 여정으로 부산을 찾았는데, 우연히 나와 같은 배에 타게 됐던 것이다. 덴마크 사람들이 모두 영어를 하던가? 그 나라 고유 언어가 없나, 헷갈렸다. 모두 영어를 하고 있었으므로. 그런데 유럽인들, 특히 북유럽인들은 사실 거의 모두 영어를 잘하는 편이다. 그들은 대체로 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자갈치 크루즈 선박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노인들이 모이는 듯한 2층에는 그분들이 좋아할 만한 요란한 음악이 흐른다. 그런 음악과 분위기가 맞지 않다고 느끼는 다른 승객들은 대체로 3층으로 올라갔다. 1층과 2층은 유리 창문들이 있어서 실내에 있을 수 있지만, 3층은 사방이 탁 트인 오픈된 공간이다. 유람선은 4시 정각에 출발하여 왼편으로 영도를 끼고 큰 원을 그리면서 돌았다.


자갈치 시장에 오기 전에 이미 영도대교를 걸어서 건넜던 나는 이제 배에서 다시 영도 다리를 바라본다. 이 다리는 매주 토요일 2시에 15분간 다리를 들어 올리는 쇼를 한다. 10년 전 부산에 왔을 때도 나는 영도 다리가 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아직도 그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그래서 이번에 다리가 들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어도 아쉽지 않다.


영도대교 오른쪽, 그러니까 영도에서 이어진 또 다른 긴 해상 다리가 있다.

남항대교.


우리의 배는 높고 긴 남항대교 아래를 통과하여 부산 앞바다로 나간다. 옆에 보이는 영도에 작은 조선소의 모습도 보였다. 오른쪽으로는 암남공원과 두도 섬이 아스라하게 보였다. 바다에는 점점이 서로 다른 크기의 화물선들이 떠 있었다. 그들은 물속에다 말뚝이라도 박은 듯 고정된 모습으로 움직이지 않고 떠있었다.


파도는 1미터 이내로 잔잔했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기만 했다. 서쪽으로는 해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낙조 풍경에 도취되어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았다.


유람선 선장은 선내 방송을 통해 사흘 전만 해도 날씨가 좋아서 전면에 대마도가 보였다고 말했다. 대마도는 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오늘은 해무 때문인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오른쪽 멀리 수평선 위로 거제도가 흐릿하게 보였다. 부산에서 그곳들이 모두 그렇게 가까운 곳이었구나, 새삼 느낀다.


왼쪽에는 영도가 기다랗게 누워 있다. 거기에 흰여울마울이 있다는데…

어디에? 잘 모르겠다. 흰 지붕들이 있는 곳인가?

하여간 나중에 갈 기회가 있을 것이다.


배는 일부러 넓은 바다를 크게 돌아서 영도 끝에 있는 태종대 쪽으로 향했다.

어릴 때 말로만 자주 들었다. 태종대.

그때는 자살 장소로 유명했다던 태종대.

실연한 사람이 신발을 벗어놓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구하기 어렵다는 태종대.


정말이다. 바다에서 보니 태종대 아래로 깎아지른 절벽의 놀이가 100미터 정도 되어 보인다. 그 태종대를 바다에서 바라본다. 저 위에서 여러 사람이 몸을 날렸다는 말이지? 또 어릴 때 이야기지만, 자주 발생하는 자살 때문에 거기에 이런 푯말이 적혀 있었다고 들었다.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그 푯말을 다시 생각해 보니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진다.

누구든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러 최후의 결단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을 때 그렇게 말하면 될까.


‘한 번 더 생각해 보세요.’


절벽 위에 있는 태종대 전망대와 등대가 위태해 보이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태종대 뒤편으로는 저 멀리 해운대와 엘시티 고층 건물들이 보였다. 선장이 다시 외쳤다.


“여러분은 부산 앞바다를 보고 계십니다.”


바다 바람을 맞으면서 나도 가만히 소리 내어 말했다.

"나는 부산 앞바다를 보고 있습니다."


한 시간 반에 걸친 자갈치 크루즈는 그렇게 끝났다.

어제 낙동강 구포나루에서 5천 원이나 내고 5분간 탔던 쾌속정이 생각났다. 그 돈에 비해 2만 5천 원 내고 1시간 반 동안 유람한 이 크루즈가 훨씬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자갈치 시장의 쇠퇴


10년 전에 왔을 때는 자갈치시장 건물 앞에도 수많은 노점상들이 길게 줄을 이었었다. 그 길을 걸을 때 노점상들에서 보았던 크고 기다란 은빛 갈치들을 아직도 기억한다. 거의 1미터도 넘는 길이의 두툼한 갈치가 은빛으로 환하고 예쁘게 빛나는 것을 그때 알았다.


나중에 제주도에 갔을 때 그런 거대한 갈치가 긴 통에 누워서 맛있는 음식이 되어 나왔던 것도 기억한다. 그렇게 긴 접시도 아닌 화로 비슷한 기구는 처음 보았다. 유튜브에서 이미 보았던 것이었지만 막상 내 눈앞에 놓이니 신기했었다. 식당 종업원이 그 긴 갈치에서 가시만 빼고 살을 발라주었던 것도 인상 깊은 장면이다.


하여간 자갈치시장에 그런 노정상들은 더 이상 없다.

자갈시시장 노점상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거기는 이제 그냥 넓은 도로일 뿐이고 생선들은 모두 커다란 건물 안으로 또 그 앞에 다른 가게들로 넘겨졌다. 다시 말해서 노점상들과 함께 해산물들이 많이 사라졌다. 그때도 초록색 자갈치 시장건물이 있었고 그 안에도 해산물들이 많았었다.


지금은 자갈치시장 건물 안마저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손님보다 가게 주인들이 더 많다. 위세가 무척 줄어들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자갈치시장에 가서 회를 먹어도 가격이 싸지 않다는 경험담과 뉴스를 여러 번 본 적이 있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해도 자갈치 시장의 위세는 쪼그라든 것처럼 보인다.


혹시 후쿠시마 핵폐기수 방류 탓?

그건 모르겠다. 거기서 그런 것을 묻지는 않았으니까.

하여튼 부산 구도심의 핵심이었던 자갈치시장이 왜소해진 모습을 보는 것은 왠지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 글을 쓰고 나서 이 년도 더 지난 2025년 가을, 후쿠시마 핵폐기수 방류에 대한 뉴스나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시에 후쿠시마 핵폐기수에 대한 염려가 지나쳤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핵폐기수를 방류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더욱이 그때는 그런 상황이 우리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으므로, 매우 당황스럽고 공포스러운 일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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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 크루즈와 태종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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