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이 듦에 관한 사회과학자의 이야기를 마치며

by 자유인

대학 4학년 시절, 노년심리학 강의를 들으며 노인, 노년, 나이 듦에 대한 강력한 이끌림을 느꼈습니다. 따뜻한 봄날 그 기운 때문인지 퇴직이 다가오시는 노년의 여교수님의 목소리 때문인지 강의실에 앉아 있던 학생들은 내려앉는 눈꺼풀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짙은 녹색의 칠판에서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번뜩이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며 살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나이가 든다고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라고들 하더군요. 하지만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며 살아온 시간이 축적될수록 지혜가 쌓여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력과는 다른 살아가는 또 다른 저력이 세월에 묻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여정은 지난하고도 죽는 날까지 펼쳐진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성장하는 존재입니다. 생물학적인 성장은 20대면 거의 완결되지만 심리학적인 성장은 죽는 날까지 계속됩니다. 제가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면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노년기가 아름다워서도, 노인이 특별한 존재여서가 아닙니다. 현재를 너머, 청춘을 너머 훗날의 더 성숙해 있을 나를 찾아가는 여정 중에 한낱 작은 이유를 발견한 것입니다.


건강도, 돈도, 능력도, 관계도, 사람도, 가족도 하나씩 잃어가는 쇠퇴의 시즌이 와도 행복하고, 지혜롭기 위해 나는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열심히 고민해 보며 살아보자는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그날 이후로 제 관심에서 '노년'을 놓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20여 년을 지나온 지금, 스물셋의 여대생이 생각했던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하며 나의 행복을 찾는 일'이 잘 되어가고 있는가?를 자문하게 됩니다. 저의 답은 꽤나 좋은 생각이었고, 내 삶의 전반부를 이끄는 강력한 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진로와 취업 등 당장 눈앞에 놓여 있는 먹고살기 위한 고민의 시간에 좋은 직장을 갖거나 월급을 많이 받는 직업을 위한 선택 대신 내 삶이 어떻게 하면 가치 있어질까를 고민했던 것에 대해, 마흔여섯의 나는 스물셋의 나에게 '참 잘했다'라고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노년을 생각하고, 죽음까지도 기꺼이 내 삶의 일부로 들여놓는 일은 생각보다 도전적인 일입니다. 제 글들이 죽을 듯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휴식이 되고, 기껏 살아봐야 죽음이 끝이라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그럭저럭 살는 것이지 자족하는 사람들에게는 경종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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