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 다이어트

Detox, 반성의 시간

by 자유인

지난주에 어느 모임에 나갔는데 몇몇 사람들이 디톡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자매인 두 분이 한의원에서 처방받아 진행 중이라고 하셨어요. 그중 한 사람은 출산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랫배가 차가워서 디톡스 과정을 거치면서 임신 확률을 높이고 싶다는 바람이 있으셨고요. 또 다른 이는 체력이 약한 편인데 디톡스를 통해서 몸이 가볍고 잔병이 없어져서 건강해졌다고 하셨어요.


디톡스를 듣고
다이어트를 생각하다!

저는 그랬습니다. 디톡스 이야기를 들으니 다이어트가 생각났습니다. 살이 좀 붙으면 몸이 무겁고 졸음도 오고 거울을 볼 때도 옷을 입었을 때도 불만족스럽지요. 그런 불만족이 오면 저는 뭔가 균형이 깨어진 것을 알아차립니다.


얼마 전 시댁엘 갔는데 시아버님께서 "며느리 얼굴이 참 좋아 보인다~~!"라고 하셨습니다. 시아버님께는 "그래요? 감사합니다~" 인사를 나누었어요. 하지만 혹시 아시나요? 어른들의 얼굴 좋다는 표현은 살이 좀 붙고 넉넉해 보일 때라는 것을요.


더군다나 이제 봄입니다. 봄은 새로워지는 시절이지요. 만물이 소생할 때, 나도 덩달아 옛 것들을 정리하고 좀 새로워지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모임에서 만났던 두 자매처럼 한의원에 가서 처방을 받게 되면 60만 원이 넘는 돈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나의 소박한 소망을 충족시키기에 치러야 하는 돈이 좀 크게 느껴졌습니다. 새로운 내가 되기 위한 시도로 다이어트는 사실 저에게는 마음으로는 일평행,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아이 셋을 낳은 후부터는 계속되었으니까요.


유난히 마른 체형이 아들 둘은 제게 와서 뱃살을 만질 때면 엄마 슬라임이라고 좋아합니다. 그럼 저는 이 슬라임에 너네들이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을 잊지 않고 말해 주곤 합니다. 엄마는 늘 이 모습이 아니었다는 사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멋쟁이였던 아빠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허리가 잘록하고 날씬했던 그런 미지의 엄마 모습도 있었노라고. 아이들은 묻지도 않았는데 저는 한탄하듯 레퍼토리를 늘어놓곤 했습니다.


봄맞이 다이어트? 해볼까? 말까? 한의원을 소개해 달랠까? 뭐 다른 건 없을까?

다음 날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영상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갱생 다이어트라는 채널이었지요. 저는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은 먹을 때 좀 절제하는 정도를 생각했지 유행하는 다이어트를 따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승우 한약사님의 영상은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봤고, 당근, 양배추, 사과 모두 몸에 좋은 음식들이기도 해서 마음에 쏙 들더군요.


그래! 내일부터다!!!
(오늘은 아니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ng754gNBhKE&t=15s



결국 일주일은 아니고 저는 4일 동안 CCA 주스를 먹었습니다. 맛도 제가 좋아하는 건강한 맛이었고 양을 충분히 했더니 일상생활에 무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현기증이나 다른 증상도 저는 없었어요. 배가 고픈 걸 느낀 건 아침에 눈을 뜨면서였습니다. 하지만 출근 준비와 아이들 등교 준비를 하면서 배고픈 마음은 사라졌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주스를 만들어 먹으면 또 하루를 지내는 데 무리가 없었지요.


다이어트든 디톡스든 그것에 임하는 자세는 회복을 위한 절제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내 몸을 가장 건강한 상태로 만들고 그것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반성도 늘 함께 하지요. 음식에는 탐욕을 부렸고, 움직임에는 태만한 결과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직시하며 회복을 다짐하며 새로움을 기약해 보는 도전의 시간이기도 하고요.


저는 4일 동안 충만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구약 성경에 보면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으로 가는 동안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만나를 먹습니다. 만나만 먹다 지겨워서 고기를 달래서 하나님께서 메추라기를 주시기도 했죠. 길을 떠나 사는 동안 먹고 마시는 것이 불만스러웠던 그들의 그 분노가 인간적으로 이해되기도 했습니다만, CCA 주스를 한 숟가락씩 퍼 먹으면서 감사하는 마음도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잠시 다짐해 봤죠. 가족들을 위한 상차림에도 소박하고 절제된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말이죠.


다이어트의 부작용으로 변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혀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원하기만 하면 약간의 노력으로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세상에 살지만 극단적으로 단순히 CCA 주스를 먹으면서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음식 종류의 다양성이 내 욕구 이상의 과잉 상태인 것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식탐을 자극하는 세상에 살면서 식탐을 절제하기란 더욱 어려워진 것도 같아요. 살기 위해 먹는 세상은 이미 지났고, 먹기 위해 사는 듯 먹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지냈던 나의 식생활에 대한 기억들이 떠올라서 이대로 살다가는 내 의지가 아닌 채 생겨난 탐욕에 이끌려 살게 되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오래전에 봤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마구 먹다가 사람이 돼지 되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쩌면 돼지 되기를 권하는 사회가 아닌가 싶어서 소름 끼치는 일상에 대한 성찰로 정신 바짝 차리고 나를 지키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보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JfvVXDqqqQ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충분했기에 저는 멈추었습니다. 목표한 체중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나를 위한 봄맞이 이벤트였다고나 할까요? 다이어트든, 디톡스든 제게는 나를 감싸고 있던 탐욕을 알아차리고 탐욕의 옷을 벗고 다시금 절제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랍니다. 4일 동안 제게 가장 큰 반성이 되었던 것은 결국은 다이어트와 디톡스 모두 몰아치기일뿐이라는 것이었어요. 시계의 초침은 1초에 한 칸만을 옮기며 차분하고 꾸준하게 제기능을 합니다. 만약 60초를 가는 동안 어떤 때는 2칸을 가고 어떤 때는 움직이지 않으며 60초를 완성하는 시계가 있다면 그 시계는 고장 난 시계입니다. 그와 같이 내 일상의 절제로 극단적인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매우 균등하게 분할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거였어요.


생각처럼, 말처럼 그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러니 저는 아주 가끔 디톡스든 다이어트든 반성과 성찰을 위한 이벤트를 저를 위해 선물할까 합니다. 이번 다이어트가 준 교훈도 잊지 않고 기억할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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