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솔직히 몸 쓰는 일에는 재주가 없습니다. 학창 시절 체력장이 있는 날이면 저의 모든 자존심이 구겨지는 날이었습니다. 내 마음은 언제나 최선을 다했으나 공을 던져도 가다가 톡 떨어지고, 단거리 달리기는 열심히 뛰었는데 매번 꼴찌를 하기 일쑤였습니다. 키도 작지 않았고 언뜻 보면 운동 꽤나 하게 생겼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말입니다. 체육 시간에 고무줄놀이 종목이 있었다면 자신 있었을 텐데요. 배구공, 농구공 대신 공기알을 가지고 시합을 했다면 그것도 꽤나 잘했을 텐데 말이죠. 이상하게 체육 활동은 참 어이없는 몸치로 기량이랄 것도 없는 비천한 몸놀림의 소유자입니다.
그래도 체력장 점수가 겨우겨우 꽝이 아니었던 것은 지구력을 테스트하는 두 종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래 달리기와 오래 매달리기입니다. 이건 만점이었습니다. 워낙에 힘들어도 잘 참고 이를 악물고 끝까지 해보자는 근성이 있었던 탓에 빠르지 않은 속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건 자신 있었습니다. 철봉에 매달렸을 때도 마침 호루라기 소리가 들릴 때까지 죽을힘을 다했던 기억이 납니다. 몸이 안되니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은 포기할 수 없었지요. 순발력과 지구력은 함께 하기 어려운가요? 일반적이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저라는 사람은 순발력보다는 지구력을 강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쿼트라는 운동도 저는 타고난 운동능력보다는 지구력으로 단련하며 자주 하는 운동 아이템으로 여기며 지내고 있습니다. 스쿼트가 간단하지만 좋은 운동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남편이 건강관리를 한다며 스쿼트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 사람은 원래 나와는 달리 운동에 약간은 타고난 재주가 있는 사람인지라 한 번을 해도 단 번에 100개를 3세트씩 하더라구요. 언뜻 보면 그저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듯하더군요. 나도 할 수 있다며 본 대로 따라 했을 뿐인데, 우리 집 세 아이들이 내 모습이 우습다고 짓궂게 웃더라구요. 그때 생각했죠.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구나. 휴~'
어느 날 유영만 교수의 유튜브 영상을 듣는데 마침 스쿼트 100개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간단하지만 놀라운 운동이라는 멘트가 귀에 쏙 박히더군요. 때는 7월, 무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유튜버 심으뜸과 김계란이 10개씩 끊어서 10세트를 하는 스쿼트 챌린지를 보니 할만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그날로 시작했습니다. 나는 분명히 동작을 따라 한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잘못된 건지 그들은 쉬엄쉬엄 100개를 다하는 동안에도 겨우 10개를 채우고 나의 시작은 10개이나 저축하듯이 100개를 채우겠노라 다짐을 했습니다. 첫날의 하루 분량은 10개인 것으로 만족했구요.
https://www.youtube.com/watch?v=ngFutDFsehI&t=57s
처음 10개를 하고 다음 날이 되었는데 저는 허리가 아프더라구요. 자세도 문제였겠지만 일단 해봐야 바른 자세도 찾아가지 않을까 싶어서 하루에 20개 혹은 30개를 하며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2주 차에는 다리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일주일 지속되더군요. 그때도 생각했습니다. 고통은 고통으로 이기는 거라며 근육통을 무시하고 가능한 한 10개씩 늘려가며 스쿼트를 계속했습니다. 다행히도 걷거나 움직일 때 다리 근육통이 있었지만 스쿼트 동작을 할 때의 통증은 크지 않았습니다. 근육통은 운동 열기로 달래는 게 제일이야, 아마도 그럴 거야! 마음에 새기며 차근히 심으뜸과 김계란의 챌린지를 반복했습니다.
3주 정도가 되자 허리 기립근의 통증과 다리 통증은 사라졌고 100개를 겨우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100개를 하고 나면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근육의 짱짱함에 짜증이 퐉 올라오더라구요. 물론 순간적인 느낌이었고 이내 100개의 스쿼트를 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더라구요. 그래서 꼭 남편에게 카톡을 보내며 "스쿼트 100개 완료"라고 보냈어요. 남편은 늘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거든요. "수고했어요. 몸이 좋아질 거예요. 잘했습니다. 훌륭합니다." 등등의 멘트들이었지요.
그러다 6개월쯤 되었을 때인 것 같아요. 남편이 스쿼트 100개를 한 번에 연이어서 해보라며 다른 유튜브 영상을 소개해 주더군요. 그때도 순간적인 짜증이 확 올라왔습니다. 10개씩 10세트를 이제 겨우 안정적으로 하는 듯한 나에게 새로운 몸의 도전을 제시하는 것이 싫더라구요. 그때 알아차렸습니다. 내가 몸치인 이유를요. 몸으로 배우고 새롭게 익히는 것을 무지 싫어하니 몸치가 되었구나 싶더라구요. 수영 배우기를 몇 번을 도전했는데 두세 달 음파만 했던 기억만 있는 사람이 저입니다. 그러니 얼른 마음 상태를 반성 모드로 옮겨 놓고 남편의 권유이니 한 번 해보자 싶었습니다.
6개월 동안 빠진 날이 있다 해도 대충 누적 스쿼트 개수 12,000개는 됐겠네요. 그 정도 했으면 한 번에 100개 할 수 있어! 정신 차리면 할 수 있어! 저는 또 정신에 온 힘을 주며 마음을 다독이며 도전해 보았습니다. 처음 100개 도전을 하는 날에도 25개 정도는 가뿐하게 하겠더라구요. 그런데 30개쯤 하면서부터 새로운 세상이 열리더군요. 짜증 나는 세상, 당장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만개한 세상이었어요. 50개를 하니 개수를 세는 것이 힘들어졌구요. 몸도 약간 구부정해지면서 자세도 틀어지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2-3개를 쉬며 숨 고르기를 하며 계속 이어갔습니다. 영상에서 100개가 끝나도 멈춰 서느라 놓쳤던 개수만큼 채웠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벌러덩 누워버렸습니다. 지옥에서 빠져나온 듯한 느낌에 몸에 열기가 확 퍼지더군요. 잠시 누었다 일어나서 걷는데 다리가 뻣뻣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근육통이 또 올 줄 알았는데 통증은 오지 않더군요. 10개씩 10세트를 나누어서 했던 6개월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내 몸은 이제 한 번에 스쿼트 100개를 감당해 낼 수 있는 몸이 된 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SHEjB_3sRA
그 후, 석 달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스쿼트 100개를 하고도 들어 눕지 않습니다. 근육이 살짝 솟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제 스쿼트 100개는 나에게 편안한 동작들이 되었습니다. 운동복 차림으로 집 앞을 나갈 때면 신호등 앞에서 대기할 때에도 기다리는 동안 스쿼트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냥 일상적으로 저금통에 동전을 저축하듯이 스쿼트를 합니다. 스쿼트의 일상화라고나 할까요?
스쿼트 100개를 하면서 달라진 점은 여러 가지랍니다. 중년에 접어든 여성분들은 느끼실 텐데요. 허벅지 뒤쪽 셀룰라이트가 참 미워 보였는데요. 요 녀석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허벅지 근육뿐 아니라 엉덩이 쪽 근육도 좋아져서 정장 바지를 입었을 때 엉덩이 쪽 핏감이 살짝 좋아진 듯합니다. 오래 걷기를 하는 것도 좀 더 편해졌어요. 걷다 보면 가끔 무릎이 접질려지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역시 운동은 마음근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단순해 보이지만 무릎이 발을 나가지 않게 엉덩이 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면서도 허리를 세우고 고관절까지 부드럽게 사용하며 앉았다 일어나는 일이 쉽지 않았답니다. 이제는 동작 한 번에 움직이는 몸의 세세한 부분들을 제대로 느끼며 정확한 동작을 할 수 있게 된 것, 그 앎 자체도 제게는 큰 소득입니다. 내 몸과 한결 친해졌다는 느낌이 좋습니다.
스쿼트 100개 평생 함께해도 괜찮을 단순하지만 만만치 않은 꽤나 좋은 운동 아이템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