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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전!

사는 재미

by 자유인

나는 원래 이기고 지는 승부가 있는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무엇인가 잘하고 싶은 게 생기면 혼자, 조용히, 숙달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연습했다. 어쩌면 나에게 중요한 승부의 대상은 나 자신이었던 것 같다. 타인과의 승부가 아니라 나 자신과의 승부가 내게는 중요한 동기로 작동했다.


내 인생에 실패와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 있다면 고등학교 생활과 입시였다. 이렇게 나신과의 승부를 즐기고 사는 내가 멘털 조정에 실패했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후회와 아쉬움이 되었다.


그런데, 좀 더 살아보니 가끔 뼈저린 아쉬움과 후회가 또 다른 시작의 원동력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 무언가 내게 강한 결핍으로 다가올 때, 보완하고 싶은 무언가가 되었을 때 말이다.


나의 직업은 교수이다. 대학 4학년 때 정한 노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무엇이라 설명할 수 없다. 마치 하늘에서 운석이 내 발 앞에 떡하니 떨어진 사건과 비슷하다. 참 드물고 신기한 일이었다. 그 후 교수가 되기까지 부단한 노력과 인내의 시간들이 필요했지만 가장 어려운 인내의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네가 할 수 있겠어?'

'더 풍부한 자원을 소유한 동료들의 배경을 봐. 넌 아무래도 부족하지 않니?'

'더군다나 넌 대한민국에 뿌리 박힌 SKY 우월주의에도 밀리지 않아?'


이런 목소리는 사실 외부로부터 온 것들이 아니었다. 나의 내면 깊은 곳에서 열등감이 자극될 때면 항상 귓가를 쩌렁 울리며 지치게 만들었던 지긋지긋한 목소리였다.


내면 깊은 곳에서 여리고 잔잔하지만 강하게 퍼져 전해오는 이런 류의 목소리와 대결하는 것. 그래서 한계라고 여겨지는 것에 도전하고, 똑똑! 노크해 보는 시도들을 나는 도전이라고 부른다. 현재에 머무르는 것보다 새로운 실험에 나를 보내보는 시도, 어차피 삶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 실험적인 도전이 한 사람의 인생을 더 빛나게 만들는지도 모른다.


지금 있는 이곳에서, 새로운 실험에 나를 내어놓으라고 한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각자의 상황이 다르지만 낯선 시간 속의 주인공이 되어보겠다는 깨어있는 의식은 분명 새로운 삶의 의미와 깨달음들을 선사할 것이다.


도전에 대한 보상, 도전 후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바로 그 '의미'라는 것이다. 인생 여정에 대한 새로운 시선, 뉘우침, 변화, 성장, 통찰, 강해짐. 또 다른 실험과 도전으로 인해 삶은 끝없는 막막함으로 펼쳐지지만 늘 흥미진진하다. 어떤 승부가 있는 게임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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