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살아보자!
봄학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이번 학기에는 새로 부임한 대학에 적응하느라 맘도 몸도 꽤나 분주하다. 일터의 변화에서 오랜만에 낯섦을 느끼고 있고, 이곳에 정을 붙이고 익숙해질 때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분주하지만 별일 없이 일상이 지나가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한 달 전쯤인가 보다. 새벽녘 나도 모르게 극심한 어지러움에 잠을 깼다. 이어서 반복되는 구토까지.
'흠, 어쩌나... 또 내가 몸 생각은 하지 않고 내달렸나 보다.'
나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과 때늦은 후회가 올라왔다.
가끔 과로할 때 빙~도는 어지럼증이 찾아올 때가 있었지만 자고 나면 괜찮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잠조차 이길 수 없는 어지럼증이었다. 꽤나 심각했고 한 달이 지났지만 지금도 약간의 증상이 남아있다. 의사의 처방에 따르면 이석증이 좀 심하게 왔고, 재발이 빈번하지만 쉽게 나을 테니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란다. 다행이다. 한 달쯤 지나니 약간의 어지럼증을 달래 가며 조심스레 몸 생각하며 살 수 있는 기제가 생긴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무리하며 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보통이나 평범, 평균보다 늘 '조금 더, 조금만 더'를 되뇌며 살아왔다. 그러니 자주 아픈가 보다. 이렇게 한 달 이상 지속되는 이석증은 처음이지만 어딘가 통증이 생겨 병원을 자주 가는 편이긴 하다. 이런 나를 두고 남편은 병원에 자주 다니며 큰 병 만들지 않으니 다행이라고도 한다. 골골백세라고 했던가? 어쩌면 잔병치레하며 나는 더 강한 생명력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오래 살기 위해 일부러 선택한 건 물론 아니지만 말이다.
아파보면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과거로 시간의 태엽을 돌려, 그때 멈췄어야 했을 '아차!' 하는 순간들이 떠오른다. 찰나일 수도 있고 습관들로 반복되었던 꽤난 긴 시간들일 수도 있다. 그래서 통증은 진지한 반성과 성찰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통증이 가셔지고 살만해지면 또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곧 죽을 것 같은 시간이 지나 내게 찾아온 치유와 회복 이 축복된 선물이었음에 '감사'에 대해 정돈된 생각들을 갖게 된다. 평소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도, 우연의 결과라 여겨지던 것도 가벼이 보이지 않는다. 내게 주어진 것들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을 때, 나와 내 삶이 특별해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몸이든 맘이든 어딘가 아파 곧 죽을 것 같은 순간이 있다. 죽지 않을 병이고, 인간의 생명력이 그렇게 약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 당장의 통증과 고통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순간에는 그런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혼돈 속에 허우적거리는 내 삶에 대한 엄중한 경고들을 무시하고 그저 익숙한 방식대로 살아온 '내 탓'인 경우도 많다. 그리고 회복과 치유라는 신의 한 수가 우리 인생 곳곳에 설정되어 있기에 '또!'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아플 때는 생각해 보자. 내 삶에 뒤틀린 곳이 없는지.
시간에게 질문해 보자. 나의 모든 시간들은 나를 꿰뚫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거친 시간들이 지난 후, 감사하며 이왕이면 예전과 다르게 살아보자.
그것이 아픔이 우리에게 주는 지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