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나의 우영우
자폐스펙트럼을 갖고 있던 제자 이야기
오늘은 나의 사랑스러운 제자 인이에게서 안부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은 감동은 뭐라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인이는 7년 전 내가 교수로 첫 부임했던 대학에서 만난 첫 제자 중 한 명이다. 좀 특별한 친구다. 깔끔한 옷매무새에 안경을 쓴 모습이 꽤나 착한 교회 오빠 느낌이었다. 그런데 1학년 첫 수업을 마치고 나온 외래교수님이 나를 찾아와 좀 독특한 친구가 있다며 첫 수업에 대한 소감을 전해 주셨다. 그 독특한 친구가 오늘 안부 전화가 온 인이다.
인이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친구이다. 이 친구의 특성은 한 두 달만에 동기생은 물론 선배들도 알만했고, 동료들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답게 인이를 배려하고 수용해 주었다.
인이와 대화를 하면 늘 짧고 단순했다. 질문을 해도 문제없이 그럭저럭 잘 되고 있다는 늘 똑같은 말에 손짓을 보였다. 학적관리는 아버지와의 수시 상담을 통해 진행되었다. 나는 이왕이면 인이의 상황을 가장 잘 알았기에, 내 수업들을 빠짐없이 듣게 하며 순조롭게 졸업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과정에 인이의 아버님도 기억에 남는다. 지도교수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표현해 주셔서 내 역할을 기쁨으로 여기게 하셨다.
인이는 2년의 학제 안에 졸업이 어려워 5학기를 마무리하고 코스모스 졸업을 하게 됐다. 2월 졸업식에 비해 코스모스 졸업식은 특별한 공식행사 없이 진행되었는데, 인이 아버지께서 전화를 주셨다. 인이가 졸업식을 기다리는데 안내가 없어서 궁금해한다는 말씀이셨다.
인이에게 2년 반 대학생활이 얼마나 의미 있는 도전의 시간이었는지 잘 알았다. 그러니 졸업은 오죽했을까? 이 친구에게 인생의 귀중한 시간들에 대한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어 주고 싶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총장님을 찾아뵙고 상황을 말씀드렸다. 총장님의 10분이 인이에게는 2년 반에 대한 추억이 되고, 부모님께는 20여 년에 대한 보람이 될 수 있으니 용기를 내볼 이유는 충분했다. 감사하게도 흔쾌히 시간을 내어 주셨고, 인이만의 졸업식은 총장실에서 아주 특별하게 치러졌다.
그렇게 나의 손을 떠나간 인이가 4년 만에 전화 연락이 온 것이다. 인이는 대학생활 2년 반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감사해서 늘 찾아뵙고 싶었다는 인사를 전해 왔다. 이제 그 대학을 떠나와서 교정에서 만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반갑게 소식을 전해주어서 고맙다고 나도 진심을 전했다.
인이가 졸업 직전 마지막 나와 함께한 수업은 좀 특별했다. 소규모 학생들과 집단상담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사진을 매개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학기말에는 작은 전시회도 열었다.
그때도 인이는 졸업을 하면 직장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었다. 역시! 인이는 나름 자신의 다짐을 실천하고 있었다. 졸업 후에 8개월 동안 바리스타로 일을 했고, 지금은 편의점에서도 일하고 있단다.
대학생이었을 때 인이를 기억하자면 인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나름 최선을 다하고 지내고 있을 것 같다. 결석 한 번 지각 한 번 하지 않고 늘 제자리를 지킨 친구였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우영우에 감동하는데, 내게는 인이가 있다.
인이를 제자로 맞이하고 색다른 정성을 들였던 기억은 교수로서 내 역할을 새롭게 생각하게 했던 시간이었다.
인이의 오늘 안부 전화는 그래서 더욱 감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