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프리랜서 글쟁이로 산다는 것

<카페에서> 2

by 반짝반짝 Mar 21. 2025

2024. 2. 


수요일 오후 오늘도 어김없이 그 카페에 앉아있다. 오늘은 들어오자마자 이어폰을 꼈다. 내일까지 상의해야 할 원고가 있기 때문에 멍 때릴 여유가 없었다. 지금 이 글은 어느 정도 마무리 짓고 쓰는 일종의 땡땡이 글이다. 


‘글밥’ 먹고사는 사람들은 이해하겠지만 가장 글이 잘 써질 때는 마감을 코앞에 뒀을 때다. 글 한 줄 한 줄 주물럭거릴 시간도, 기운도 없을 때가 되면 기적처럼 손가락이 노트북 위에서 춤을 춘다. 그래서 기자 초년생 시절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걱정 마라. 마감은 마감이 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벼락치기는 여러모로 좋은 방법은 아니다. 기자들이 원고를 막판에 몰아서 넘기면 디자인팀과 교정팀에 과부하가 생기고 전체적으로 마감에 차질이 생긴다. 또 마음이 급하다 보니 별일 아닌 일에도 뾰족하게 반응하고,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걸음마 막 뗀 시절 3차 교정까지 봤음에도 바로잡지 못해 ‘조류 독감’을 ‘조루 독감’으로 내보낸 치명적인 실수도 해봤다. 나온 책을 보다가 어찌나 놀랬던지 눈앞이 까매졌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그럼에도 나는 끝끝내 마감 몰아서 하던 버릇을 완벽히 고치지 못했는데, 오히려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부터 좀 달라졌다. 프리랜서답게 프리한 시간을 더 만들기 위함도 있지만, 갑에서 을이 되고 보니 보다 완벽한 글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일단 마감을 못 지킨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고 그렇다고 시간에 쫓겨 대충 쓰면 일이 끊긴다. 


무엇보다 담당 기자가 내 글에 손을 많이 대면 그게 그렇게 기분이 별로일 수 없다. 몇 해 전 아예 원글에 없는 단락이 생긴 적이 있었다. 기자 입장에서 수정을 하다 하다가 그냥 내가 쓰는 게 낫겠다 싶었던 모양이다. 고친 글의 내용이 맞는지 봐달라며 전해온 수정본을 읽고 부끄러우면서도 화가 났다.      


오래전 김훈 작가님을 인터뷰했을 때 이런 얘기를 하셨다. 자신은 글 쓰는 노동자라며 매일 아침 작업실로 출근해서 하루 다섯 장(200자 원고지 기준)을 쓰고 온단다. 그리고 주어와 동사로 이뤄진 밀도 높은 문장을 위해 ‘은·는·이·가’ 같은 조사를 놓고 고민하고, 그렇게 쓴 글을 출판사에 넘기면서도 ‘이게 아닌데’ 생각한다고.


작가들의 작가인 그분이 그렇게까지 노력을 기울여 내놓고도 만족하지 못하는데, 잡지 외 세상에 내놓은 책이라곤 지금은 절판된 책 딱 한 권 있는 내가 후다닥 써재끼는 글이 오죽했을까. 수정본을 받은 후 나는 기자에게 “이 정도면 기자님 이름도 들어가야 한다. 그대로 나가기엔 내가 부끄럽다”라고 상한 기분을 밝혔고 기자는 나를 다독였다. 조루 독감에 이은 흑역사 중 하나다. 그 후로는 원고를 넘길 때 목표가 생겼다. 남의 손 타지 않게 글을 쓰자!    

   

지금도 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 조사를 두고 고민하진 않더라도 이 정도면 세상에 나가도 부끄럽진 않겠구나 싶을 때 내 손을 떠나보내려 노력한다. 다만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밥벌이글에 묶인 시간이 많아지고 비 밥벌이글 쓸 시간이 줄어든다. 이쯤에서 눈치챈 사람이 있을 듯도 한데, 그렇다. 이게 바로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리고 한참 후 두 번째 글을 올리는 이유다. 변명 한 번 길다. ^^ 

    

#수요일 #카페 #프리랜서     


작가의 이전글 수요일 오후 4시, 낮말은 내가 듣는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