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열심히 돌봤는데 식물이 죽었어요
모든 마음이 보답 받는다면 좋겠지만
Q. 물도 꼬박꼬박 주고, 빛도 보여주고, 영양제도 꽂아줬는데 식물이 죽었어요. 왜 이러는 건가요?
A. 물을 너무 자주 준 것 같아요. 식물이 수용할 수 있는 양 이상의 물이나 비료를 접하게 되면, 과습이나 과비료 피해를 받아 시들시들 시들어갈 수 있어요.
식물이 아픈 이유가, 식물이 웃자라버린 원인이 ‘가드너의 사랑과 노력’ 때문이라고 전하는 일은 늘 어렵다. 혹여나 목마를까(목은 없지만) 걱정을 하다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비료를 너무 많이 줘서.
그렇게 식물들은 관심과 사랑 속에서 서서히 죽어간다.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일이다. (식물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으로 식물을 죽인 사람이 있다면, 분명 다음 식물은 더 잘 키울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이 작은 생명체에 열과 성을 다하는 마음 따뜻한 사람. 자신의 일상을 쪼개어 이 작은 식물을 위해 쓸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약간의 지식만 뒷받침되어준다면 얼마든지 식물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물론, 계속 식물을 키울 마음이 있으셔야겠지만.)
앱 상담 중에 이러한 ‘관리 과다’로 인해 식물을 죽인 사람이 찾아온다면 나도 모르게 위로와 격려 메시지 한 두 마디를 더하게 된다. 내가 전하고 싶은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잘 전달할 수 있는지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쓰게 된다. 상담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뭐 이리 상담 시간이 오래 걸리냐고 한마디 듣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쌓인 상담을 기계적으로 후딱후딱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다. 이런 성격인 것 같다. 뭐, 한 명쯤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고작 지름 13센치 화분 하나에 담긴 식물 한 그루에 머리 싸 매고 고민해주고, 어쩌면 그 사람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 식물 한 그루 때문에 마음을 써 주는 사람. 세상에 그런 사람 하나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렇게 이곳저곳에 쉽게 마음을 쓰고 마음을 주는 나지만, 그 모든 행동에 보답을 기대하게 되지 않도록 늘 경계한다. 모든 노력이 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 내가 일방적으로 쏟는 마음이 있는 그대로 전달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때론 부담스러울 수 있고, 때론 어떠한 위협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거고, 뒤가 있지는 않을까 의심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제법 억울할 일이지만 그조차도 결국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고생한 모든 노력이 보답 받는 것은 아니고, 내가 쏟은 모든 사랑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아끼고 노력하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것은, 노력하는 것은 노력하지 않는 것보다 낫고, 사랑하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 죽인 식물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키워 주었으면 좋겠다. 노력하는 것을 그만두지 말고, 식물을 계속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 식물을 죽인 경험보다 더 귀한 경험은 없다. 한번 실패한 루트를 피하면 되니까. 이로 인해 의문을 가지고, 식물에 대해 더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식물을 죽인 스스로에게 더 너그러워지기를 바란다. 자신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고, 새로 시작해보았으면 좋겠다. 가령 식물이 아니더라도, 실패한 자신에게 한번만 더 기회를 줘라. 그 경험을 가진 당신은, 어제까지의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다.
열심히 했지만 잘 안 됐고, 실수하고, 사랑에 실패해도, 계속 또 시도하고, 도전하고, 사랑하자.
오늘 실수로 분질러버린 가지 아래에서, 또 새로운 가지가 올라올지 모르는 법이다.
단, 과해지지는 않게. 자기중심적 사고와 이기심과 과비료와 과습을 경계하자.
오늘의 식물용어
과비료 : 비료가 과해지는 것. 잎이 타거나 시드는 듯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보통 겨울철에는 과비료를 경계해 비료 시비를 피하면 좋다.
+) 풍성한 수형으로 식물을 가꾸고 싶다면 꾸준한 가지치기를 하자, 성장점이 있는 가지를 자르면 그 아래에서 새로운 성장점이 생겨나고, 가지가 풍성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