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하이에나 무리들은 사자를 둘러싼 채 사자의 항문 부위를 물어뜯는다. 사자는 항문 부위가 약점이어서 그곳이 뜯겨 내장이 흘러내리는 순간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하이에나 무리들은 결코 사자와 정면대결을 하지 않는다. 사자를 포위한 채 고립시킨다. 그리고 그 주위를 빙빙 돈다. 사자의 이빨이 도사리고 있지 않은 항문 부위만을 노리고. 그런 이유로 사자는 하이에나 무리들에게 포위되었을 때 바닥에 주저앉은 채 수동적으로 상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약점인 항문 부위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지만 이로 인해 사자의 시야와 행동반경이 극히 제한되어 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이에나 무리들은 이조차 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노림수는 다음과 같다.
-다수의 무리를 이끌고 포위를 함으로써 사자의 시야를 분산시키고 심리적으로 위축시킨다.
-사자와의 정면대결을 지양함으로써 우선 자기의 생명을 보존한다.
-사자의 시야가 미치지 않는 사각에서 끊임없는 공격을 자행한다.
-사자의 꼬리를 물어뜯음으로써 사자의 신경을 긁는다.
-사자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짐으로써 사자의 시야를 좁힌다.
-옴짝달싹 못하게 만듦으로써 사자의 행동반경을 제한한다.
-다수의 힘을 이용해 집단린치를 가함으로써 사자를 점점 지치게 만든다.
-사자를 극도로 흥분시켜 무모한 공격을 유도하고 그 빈 틈을 노린다.
-그리고 틈이 보이는 순간 사자의 맹점인 항문 부위를 물어뜯어 내장을 도려내고 사자를 참수한다.
-그럼으로써 사자의 개체수를 줄여 동물의 왕국의 권력을 장악한다.
도대체 염두에 두고 있는 노림수가 몇 개란 말인가. 왜 현명한 자들은 하나같이 침묵하는가? 쇼펜하우어가 말했듯이 최고의 처세술은 바로 침묵이기 때문이다. ‘말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불멸의 격언이 고래로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미래에도 영원히 살아남아 불멸의 격언으로 지혜의 우두머리로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지성이라는 개성을 포기하는 순간 그는 그저 일개 짐승의 무리에 불과할 뿐이다. 인간이 파충류의 뇌와 사피엔스의 뇌 중 후자를 마비시키고 전자에 몰두하는 순간 인간은 그저 ‘몬스터’로 전락한다. 따라서 지혜로운 그대는 하루빨리 침묵을 배워야 한다. 최소한 그대가 그대의 맹점인 ‘항문 부위’를 극복하기 전까지는. 그대가 똥통에 빠지고 싶지 않다면. 어차피 그대가 그대의 맹점을 극복하고 난 후에는 침묵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