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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 Mar 11. 2022

양호실 방문은 반갑지 않아

널스 오피스에 다녀온 이야기로 신이 난 아이

오늘 학교로부터 낮에 전화를 받았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역시나 아이가 학교에서 아주 경미한 사고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친구들과 손 세정제를 바르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세정제가 묻을 손으로 딸아이의 눈을 살짝 찌르게 됐던 것이다.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기 때문에 다행히 큰 문제가 일어난 건 아니었는데 일단 아이가 자기 눈에 세정제가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선생님께 상황을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은 바로 양호실에 연락을 했고, 양호선생님이 오셔서 딸아이를 데리고 양호실로 가서 간단한 검사 후 처치를 해주셨다고 했다.. 그리고 아이가 무사히 교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난 후 양호 선생님께서 나에게 전화를 주셨던 것이었다. 


양호 선생님의 첫마디는 이랬다.


아이가 너무 용감하게 잘 치료했고 지금은 무사히 교실로 돌아가 수업에 합류되었어요. 정말 용감하더라고요.


나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아이가 그럼 오후 방과 후 교실까지 있어도 문제가 없는 건지, 지금 당장 조퇴라도 하고 아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하는 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러자 내 마음을 아셨는지 다시 한번 말씀해 주셨다.


지금 아이는 괜찮으니 걱정 마세요. 오늘 있었던 일을 알려드리려는 차원으로 연락을 드린 거예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나는 조금 안심이 되었지만, 이내 선임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30분을 기어코 일찍 끝낸 후 아이를 찾으러 학교로 헐레벌떡 들어갔다. 아이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몇몇의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었다. 나는 아이를 보자마자 괜찮냐고 물으면 눈을 여러 번 살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심지어 오늘도 역시 더 있다가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난감했다. 


집에 와서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사고가 벌어지자 담임 선생님이 양호실로 전화를 했고, 학교 간호사가 교실로 와서 아이를 데리고 양호실로 갔다고 했다. 그리고는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눈도 여러 번 체크를 한 후 식염수 같은 것을 넣어서 눈을 소독하고 아이를 교실로 돌려보냈던 것이었다.


마음이 놓이면서 그제야 이성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의 눈에 정말 큰 문제가 생겼더라면 나에게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겠구나.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준 전화에도 왜 이렇게 걱정을 했던 걸까. 학교를 믿고 교사를 믿자. 그리고 내 아이를 믿자. 


학교에 양호 선생님이 상주해 계시다는 것도 알게 되고, 아이들에게 무슨 사고라도 발생하게 되면 바로 교사가 양호실로 연락을 하여 양호 교사가 교실로 와서 아이를 체크하고, 필요에 따라 아이를 데리고 양호실로 가서 간단한 처치를 해주며, 아이의 치료가 무사히 끝나면 양호 교사가 직접 전화로 상황을 설명해 주는 이 모든 시스템을 돌이켜보니 너무 안심이 되었다. 내 아이를 편히 맡길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한 하루였다.


이러면서 서서히 학교에 믿음이 쌓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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