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은 깊어만 가고

한·일을 이어주는 우정의 강물

by 한우물

일본인들은 어지간히 친하지 않고선 집에 불러 밥 먹이는 법이 없다.

그런데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정체불명의 외국인을, 그것도 그들이 은근히 경멸하는 한국 사람을,

한 사람도 아니고 세 사람이나 되는 남자들을, 남편도 있는 집에 불러들여 저녁을 대접한다니

준혁은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은 준혁만 드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다들 까놓고 말은 못 하지만 어두운 표정으로 '뭔가 심상찮은데?' 하는 눈치였다.

“어떡하죠?”

준혁이 물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지금 와서 못 가겠다 할 수도 없고…….

그러자 가장 낙천적인 강 상무가 답했다.

“에그, 남자 셋이 어디 여자 하나 못 당하겠어요?”


이제 기대할 건 그녀의 남편이 허락하지 않는 상황뿐이다.

그 순간, 이러한 그들의 의심과 불안을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 갑자기 그녀가 나타나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남편이 허락하였노라고.

'아이고 모르겠다. 일단 부딪혀보자.'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서 화산은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그 유명한 뱃푸의 부글거리는 노천 온천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부부에게 줄 간단한 선물을 산 후 후쿠오카로 향했다.



그녀가 모는 승용차는 오후 6시경에 후쿠오카 시내로 들어왔다.

그녀는 “아시다시피 제가 저녁 준비할 시간이 없었는지라 스시를 좀 사 가겠습니다. 잠시만 차에서 기다려 주시지요.” 하고는 스시집 앞에 차를 댔다.

아무리 봐도 그 집 앞은 주차구역이 아닌 데다 도로가 좁아 주차할 장소가 못 되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큰 버스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유턴을 하면서 운전기사가 이쪽을 쓱 쳐다본다.

한국처럼 클랙슨을 빵빵거리진 않았지만 경멸하는 듯한 그의 표정에 준혁은 자신이 죄라도 지은 듯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이럴 경우, 일본 사람이라면 그저 고개를 굽신거리며 운전기사에게 '스미마생'이란 말을 몇 번이나 하고도 남았을 터인데 정작 당사자인 그녀는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완전히 무시한 채 당당한 걸음걸이로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일본 사람들만큼 남에게 폐 끼치는 일을 싫어하는 민족도 없다. 배운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과연 그녀가 평소에도 이렇게 불법주차를 함부로 할까? 아마도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 보여준 그녀의 저런 무례 내지는 뻔뻔할 정도의 당당함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저것이 바로 엘레간트한 외모 아래 숨겨진 저 여성의 진면목인가?

준혁은 또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일본에서 스시는 한국보다 훨씬 비싼 음식이다.

그런 스시를 회전초밥집도 아니고 스시 전문점에서 5인분을 사려면 돈이 꽤나 들었을 터.

휴일날 집에서 남편과 오붓이 쉬지도 못한 채 온종일 수고하고, 거기에 더해 이런 거액을 들여 대접한다?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나 투자를 하지?

갈수록 의문투성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