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둘이요 귀가 둘이요 입이 하나인 이유
필자는 의사 생활 44년 동안 35년간은 의과대학 교수로서 의학을 연구하고 가르쳐 왔는데 인체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 신비로움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인체방어기전’ 하나만 하더라도 의사란 직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어졌고, 우리 몸에는 아무리 쓸모없어 보이는 것도 이유 없이, 쓸데없이 만들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물은 식도, 위장, 소장, 대장과 같은 소화관을 통과하면서 소화, 흡수, 배출된다.
그 과정에서 위에 나열한 장기들은 각자 다른 장기가 대신할 수 없는 고유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장의 시작부에 끈처럼 매달려 있는 맹장(충수돌기)은 위의 과정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으면서 걸핏하면 염증을 일으켜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이런 연유로, 과거에는 의사들이 다른 질환으로 배를 열고 들어가 수술을 할 때 맹장에 이상이 없어도 예방적 내지는 서비스 차원에서 그냥 제거해 주었다.
이에 필자는 이런 쓰잘데없는 맹장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이건 아마도 하나님이 자비를 베푸사 외과 의사들 밥 먹고 살라고 달아준 것 아니겠나?' 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필자의 장난스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근자에 들어 충수돌기의 역할들이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했다.
태아에게는 생체밸런스(homeostasis)를 맞추는 데 도움을 주고,
태어나서는 미약하나마 면역기능에 관여하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 장을 씻어 내거나 심한 설사를 만나 장내 세균이 다 떠내려가게 되었을 때는 유산균 같은 장내 유익균들의 대피소 역할도 한다.
어디 그뿐이랴?
콩팥에서 방광으로 내려오는 소변 길인 요관(尿管)이나 방광 일부를 제거해야 할 경우, 잘려나간 요관을 대체하고 방광 괄약근을 재건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처럼, 지금껏 인간의 눈으로 볼 때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충수돌기마저 이렇게 당당한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있으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그런데, 필자는 사람 얼굴만 쳐다보면 그렇게 전지전능하신 조물주께서 얼굴은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만들어 놓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배 안에는 온갖 장기가 다 들어있다. 그에 반해 사람의 외관은 아주 단순하게 생겼다.
드넓은 가슴과 배, 등, 팔다리에 달린 것이라곤 콩알이나 건포도만 한 젖꼭지 두 개에 장난감 물총처럼 생긴 남자 성기뿐이다.
그런데 얼굴을 보면 참으로 묘하게도 생겼다.
그 좁은 평수 안에 무얼 그리 오밀조밀 복잡하게 붙여놓았는지!
또한, 의사의 눈으로 기능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때 불합리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눈을 보자.
눈이 하는 역할이 몇 가지나 되나? 보는 것 하나뿐이다.
카메라에 렌즈가 하나뿐이듯 눈은 하나만 있어도 상은 얼마든지 맺힌다. 그런데 왜 눈이 두 개나 필요할까? 게다가 상(像) 하나 맺고 인식하는데 뇌 안에서는 또 뭐가 그리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지! 그 과정 중 어느 한 곳만 이상해도, 두 눈 중 어느 한쪽만 이상해도 멀쩡한 것까지 잘 안 보인다. 차라리 눈이 하나면 말 그대로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볼 텐데 말이다.
코는 어떤가?
코가 하는 일은 ‘냄새 맡고’ ‘숨 쉬고’, 두 가지를 한다. 그런데 왜 코는 하나인가?
하지만 콧구멍이 두 개니 그냥 넘어가자.
귀가 하는 일이 무언가?
'듣는 것' 하나밖에 없다. 그런데 왜 두 개나 만들었을까?
마지막으로 입에 대해 논해보자.
눈과 귀는 그래도 약과다. 입은 참말로 황당하다.
입은 어떤 역할을 하나?
먹고, 말하고, 키스하고. 사람이 생존하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일을 세 가지나 한다. 그런데 입은 또 하나다. 입이 하나이기 때문에 불편한 게 어디 한두 가지던가?
먹으면서 말하다간 자칫 밥알이 튀어나오고, 말하면서 키스하지 못하고, 식사 후 양치질하지 않고 키스했다간 귀싸대기 안 맞으면 다행이고. 어디 이뿐이겠는가?
그래서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내가 조물주라면 얼굴을 만들 때 눈 하나, 코 하나, 귀 하나, 입 셋을 만들겠다.
말하는 입, 먹는 입, 키스하는 입.
그리고 보너스로다가 키스용 입에는 항상 향기로운 침이 샘솟게 하여 양치질과 상관없이 언제든지 감미로운 입맞춤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곧이어 ‘조물주께서 나만큼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의 얄팍한 사고의 깊이에 부끄러워졌고, 그와 동시에 여기에는 분명 무언가 심오한 뜻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지전능하신 조물주께서 기능적 불합리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우리 인간에게 전하고자 한 영적 메시지는 무얼까?
매일 접하는 수많은 사람의 얼굴을 통해서 우리더러 무얼 깨달으라는 것일까?
그럼 이제, 얼굴 속에 숨겨진 진리의 보화를 찾아 저와 함께 탐사 여행을 떠나보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