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둘인 이유 4
사람의 외모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 상대의 빈부(貧富)뿐 아니라 기질과 기호, 나아가 인격의 정도까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고, 그만큼 위험성이 뒤따른다.
그러면 지금부터 외모가 가지는 한계성에 대해 살펴보자.
외모는 꾸밀 수도, 고칠 수도 있다
십여 년 전 유명 스타들의 화장 전후 모습을 비교해 놓은 사진들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참으로 놀랐다.
자세히 뜯어보면 이목구비가 같다는 것은 알겠는데 이미지는 완전히 달랐다.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나 달라 보일 수 있을까?
평소에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아 낮이나 밤이나, 안에서나 밖에서나, 항상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아내와 30년 넘게 살아온 나에게 그들의 화장술은 분장술을 뛰어넘어 변장술에 가까웠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평소에 남자들이 여자들의 이 변장술에 얼마나 속아 넘어가고 있는지를.
낮에 만난 미모의 얼굴에 반해 열과 성을 다해 쫓아다니다 드디어 소원성취하여 아침에 함께 눈을 떴을 때,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여자 얼굴을 보고 놀란 가슴 쓸어내린 남자가 어디 한둘이겠나?
이러한 여성들의 대남사기극(對男詐欺劇)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 이 나라는 여고생들이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제일 먼저 달려가고 싶어 하는 곳이 성형외과인 나라가 되어버렸다.
유명 연예인들의 얼굴을 보면 그 얼굴에 손 안 댄 사람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게 되었고, 그들의 고교 졸업앨범 사진을 보면 도무지 동일인이라 생각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에 친절한 나영 씨는 저승사자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파견 나오는 저승사자들, 얼마나 황당해할까?
자신이 데려가고 있는 사람의 저승용 몽타주와 너무 다른 실물 모습에 저승길 가는 내내 “내가 지금 데려가고 있는 사람이 진짜 맞나?” 하면서 고민할 모습을 생각하면 애처롭기까지 하다.
사람은 연기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잘 보이려는 욕구가 있다. 게다가 동물 중에 가장 머리가 좋다. 그래서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을 치장하고 포장한다. 여기에 동원되는 기술이 연기(演技)다. 군집생활을 하는 동물 중 연기자(演技者)라는 역할을 맡은 동물은 없다. 연기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그것은 바로 동물과 구별하여 주어진 얼굴에 있는 표정근 때문에 가능하다.
자신의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마음껏 표현하고 소통하라고 준 이 근육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속이는데도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다.
배경이 사람을 달라 보이게 만든다
똑같은 물체도 주변 배경에 따라 달라 보인다.
같은 크기의 원(圓)이라도 주변에 그보다 큰 원들로 둘러싸면 실물보다 작아 보이고, 작은 원들로 둘러싸면 실물보다 크게 보인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가 가진 사회적 지위, 명예, 부(富)와 같은 배경에 따라 사람이 달라 보인다.
내가 볼 때 재벌 회장 중에서 정주영 씨만큼 빈상(貧相 )의 관상도 없다.
솔직히 말해 관상학적으로 본다면 필자의 관상이야말로 그분보다 몇 배나 부자로 살 상(相)이다.
따라서 그를 한 달간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시키고 노숙인들 사이에 섞어 두었을 때, 그를 콕 집어내어 “아이고, 지금은 이런 고생을 해도 앞으로 대 부호가 될 관상이십니다!” 하고 넙죽 절하며 경의를 표할 관상가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와는 반대로, 노숙자를 데려다 한 달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땟물 싹 벗겨서 사장 자리에 앉혀놓으면 사장감이 따로 없다. 이런 사람 앞에서 "당신은 노숙자나 될 빌어먹을 상이라 이 자리는 당신이 앉을자리가 아니요!"라고 말할 관상가는 또 얼마나 될까?
사람의 뇌는 제 편한 대로 각색해서 받아들인다
이와 같이 우리의 시각은 연출하고 꾸며댄 겉모습에 한 번 굴절되고, 이런 영상이 뇌로 전달되면 다시 한번 뇌에 의해 각색된다.
우리의 뇌는 눈이 보내온 영상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호와 인생관·가치관·종교관 같은 관(觀 )에 따라 아름답게 덧칠을 하거나 지저분하게 먹칠을 해서 받아들인다.
이렇게 해서 소위 필(feel)이라는 것이 결정되는 것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모른다
우리는 사람의 외모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모른다. 그게 무얼까?
그건 바로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이다.
"내가 과연 저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
"어떤 일이 있어도 저는 나를 배신하지 않을 사람인가?"
그러기에 동서양 가릴 것 없이 역사상의 많은 영웅호걸은 적군의 손에 죽기보다는
자신이 가장 믿었던 사람, 자신이 가장 가까이에 두었던 사람들의 손에 죽어갔다.
사람을 파악하는 데 있어 외모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은 잘 알지 못하는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그가 감추고 싶어 하는 속내까지 살짝 드러나게 한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감(感)을 잡고, 서로의 궁합에 대한 필(feel)도 받는다.
하지만 그 속에 많은 허상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우리가 받는 ‘첫인상’이란 것은 그 사람의 한 부분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리고, 내 생명이 걸릴 만큼 중요한 결정적인 정보는 결코 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