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04 사람의 외모로 내면을 판단할 수 있는가?

눈이 둘인 이유 3

by 한우물

하느님이 눈을 둘씩이나 준 두 번째 이유는 두 눈으로 바로 보고 바로 판단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물건 보는 눈이 없어 짝퉁 가방을 몇백만 원이나 주고 샀다면 얼마나 뼛골이 쑤실까?

하지만 그런 것은 사람 보는 눈이 없어 당하는 고통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우리가 세상을 사는 동안 겪는 고통과 고뇌의 많은 부분은 인간관계에서 기인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사람을 꿰뚫어 보는 눈이 있어야 하고, 없으면 길러야 한다.

하지만 열 길 몰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할 만큼 그 속내를 알기 힘든 것이 사람일 진데 어떻게 외모로 내면을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마치 똑같은 종이로 포장을 한 비슷한 모양과 크기의 봉지 두 개가 있을 때 이들 속에 각각 무엇이 들어있는지 봉지를 뜯지 않고 알아맞혀 보라는 말과 같다.

어떻게 하면 알아맞힐 수 있을까?


먼저, 속에서 소리가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들리면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갖다 대 본다.

매끈한지 거칠한지, 딱딱한지 말랑한지, 따뜻한지 차가운지 만져본다.

무거운지, 가벼운지 손으로 들어본다.

딸랑이는 소리가 나는지, 사각거리는 소리가 나는지, 아무 소리도 안 나는지 흔들어본다.

둔탁한 소리가 나는지, 맑은 소리가 나는지, 아무 소리도 안 나는지 두드려본다.

그리고, 봉지 속에서 향내가 나는지 비린내가 나는지 똥내가 나는지 냄새를 맡아본다.



이 정도만 해도 우리는 속에 든 물건의 정확한 정체까지는 모른다 하더라도 그 물성(物性)에 대해 많은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겉모양도 같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할 수 없는 물건도 조금만 테스트해보면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는데 겉모습도 다 다르고, 움직이고, 게다가 말까지 하는 사람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쩌면 더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지금부터 사람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뷰 포인트(view points)를 한번 살펴보자.


01. 체형 - 마르고 키가 큰 세장형(細長型)형인지, 뼈대와 근육이 잘 발달한 근골형(筋骨型)인지, 키가 작고 통통한 비만형(肥滿型)인지

02. 배가 나온 정도

03. 걸음걸이 - 똑바른 자세로 보무당당하게 걷는지,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걷는지, 다람쥐처럼 재빨리 걷는지, 뒷짐 진 채 넝실넝실 팔자걸음을 걷는지

04. 차림새 - 무얼 입고, 들고, 걸치고, 쓰고, 신었는지, 그 모양새는 어울리는지

05. 인사하고 악수하는 태도 - 인사 시의 표정은 어떤지, 고개 숙이는 각도는 어느 정돈지, 악수 시 느끼는 손바닥의 촉감은 어떤지, 손에 들어가는 힘은 어느 정도인지

06. 명함을 주고받는 순서
07. 의자에 앉는 자세 - 다리를 쩍 벌리고 앉는지, 가지런히 모으고 앉는지, 꼬고 앉는지,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는지, 비시디기 기대어 앉는지

08. 의자에 앉아 대화 시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손발의 놀림

09. 대화 시 눈동자의 움직임과 시선을 두는 위치

10. 목소리

11. 말투

12. 말씨

13. 돌아서 가는 뒷모습



우리는 이러한 것들만으로도 상대방의 빈부(貧富), 기질, 기호, 멋, 예술적 감각, 품격과 천박, 검소와 사치, 교만과 비굴, 매너, 절도(節度), 절제력, 진취성, 자신감,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정도 등에 대해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얼굴이다.


인체 외면의 표면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마치 드넓은 평원 같은 가슴과 배에도 근육의 종류는 겨우 다섯 개와 네 개뿐인데, 두 손으로 가려질 만큼 좁은 얼굴에는 외워야 할 근육 이름이 물경 스무 개나 된다.

그 이유는 눈, 코, 귀, 입 등 많은 장기가 한 곳에 모여있다 보니 그들을 작동시킬 기능근(機能筋)만 해도 열 개가 넘는 데다 동물에는 없다시피 한 표정근까지 다량 발라놓아 그리된 것이다.


바로 이 표정근이 있어 인간은 동물과 달리 별의별 표정을 다 지으며 온갖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나타내고, 깊은 사유 끝에 오는 정신적 고뇌와 고통을 표현하고, 나아가 감추고 싶은 속내까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슬그머니 드러낸다.


어디 그뿐이랴?

나이 든 사람의 얼굴에서는 지나온 세월의 풍파가 배어있고 인격이 묻어난다.

그래서 링컨은 ‘사람이 나이 40을 넘기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냉정한 말로 사람을 내치기까지 하였다.


얼굴이 주는 정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하느님은 근육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눈이란 보완 장치를 두셨다.


따뜻한 눈빛

싸늘한 눈빛

다정한 눈빛

우수에 젖은 눈빛

애처로워하는 눈빛

사랑스런 눈빛

정열과 욕망과 욕심과 정욕과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



우리는 이런 눈을 통하여 차마 입에 담지 못하는 속마음을 말없이 전달하고, 또한 이 눈 때문에 꾸며댄 말과 표정의 정체가 발각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기운(氣運)이란 게 있다.

인간은 영적인 동물이라 아무 말없이, 아무 표정 없이,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그 주변에는 어떤 기운이 감돈다.

영이 맑고 깨끗한 사람에게선 맑고 밝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고도로 영적 수양이 된 사람에게선 아우라(aura)가 느껴지고,

악하디 악한 인간에게선 음습하고 사악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소름 돋게 만드는데,

필자는 1980년대에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한민국 최고의 조폭 두목과 진료실에서 마주 앉았을 때 바로 이런 소름 끼치는 음습한 악의 기운을 맛본 적 있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위와 같은 사인들을 예민하게 잡아내어 잘 분석해 보면 육체로 포장된 사람의 내면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파악해 낼 수 있다.


그러면 외모가 가지는 한계점은 무엇이며 내가 느끼는 소위 필(feel)이란 놈은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