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장님

청소년(중등)부 금상 - 최수민

by 편지한줄

보건소장님


안녕하세요, 보건소장님.


저는 000 할머니 손녀 최수민입니다. 먼저 코로나19로 애쓰시는 분들 너무 고맙습니다. 제가 보건소장님께 글을 올리는 이유는 저희 할머니의 하루하루 있었던 일을 들으니 멀리 있는 가족들보다 가까이 계시는 보건소장님께 얼마나 의지를 하고 계시는지 새삼 알게 되어서입니다. 90세가 다 되시는 저희 할머니는 편찮으신데 가 많아요. 가족들이 사는 서울로 올라오시라고 해도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조상님들의 선산이 있는 곳을 떠날 수 없다며 고집을 부리셔서 큰아빠들도 어쩔 수 없이 매일 전화드리는 것 말고는 응급상황에 대한 부분도 보건소장님만 믿고 있어요.

하루에 한 번 여객선이 도착할 때면 섬에 외부인이 올까 봐 체온계를 들고 선착장까지 나가셔서 확인하신다고 들었어요. 원래는 주중에 보건소에서 진료를 보시고 주말에는 가족이 있는 목포시내 집으로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섬에는 노인 분들이 2/3이시고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앓고 계시기 때문에 주말에 섬을 비우는 것이 불안하셔서 집에도 안 가시고 보건소에서 숙식을 해결하신다고 해서 저희 가족은 너무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답니다. 또, 섬사람들은 코로나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소장님의 소신이 존경스럽기도 해요. 할머니가 감기만 걸려도 엄마에게 전화 주시고 직접 왕진까지 가셔서 링거도 놔주시고 직접 약도 지어다 주신다고 들었어요. 아빠 엄마는 “그런 건 진심으로 봉사하는 의료 정신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거야.”라고 말씀하십니다. 전 세계 의료진들과 자원봉사자 분들,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시는 분들 덕분에 코로나는 곧 물러갈 거라고 생각해요. 배가 하루에 한 번 밖에 들어가지 않는 그 섬이 지금까지 청정지역으로 유지되고 있는 건 주민들을 위한 보건소장님의 희생과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누구에게나 가족은 가장 소중한데 소장님은 목포에 있는 가족들이 얼마나 보고 싶으실까요.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보건소장님도 가족을 만나시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할머니는 “보건소에 가서 열도 재고 찜질도 하고 소장님이 감자도 삶아줘서 먹고 왔다. 소장님은 참 고마운 사람이다. 그런 사람 없다”하시며 소장님 칭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셨습니다. 아빠는 “자식도 할 수 없는 일을 다 해주시는 소장님 같은 분이 또 있을까?”라고 하시며 불효자가 된 것 같은 마음에 한숨을 쉬셨어요. 섬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걱정되어 뵈러 간다고 하면 소장님께서 “안 오는 게 도와주는 겁니다.”, “제발 여름휴가 때도 섬에 오는 거 자제해주세요.”라고 한다는 할머니 말씀에 아빠가 “소장님 말씀 따라야겠지?” 하셨어요. 소장님, 나라의 높은 사람들이 알아주든 몰라주든, 다른 의료단체처럼 칭찬 세례가 빛발 치지 않아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일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며칠 전, 오랫동안 섬을 비웠던 주민이 차를 타고 섬으로 들어오는데 소장님께서 섬의 사정을 이야기하시니, 그분이 내리지도 않고 차에서 자고 다음날 차을 배에 싣고 목포로 가셨다고 들었어요. 섬 주인을 보호하려는 소장님의 마음을 그분도 읽으신 것 같아요. 해마다 여름방학이면 할머니를 뵈러 섬에 갔었는데 올해는 방학도 짧고 소장님께서 섬 주민 가족 분들께 부탁하시니 섬에 가는 것이 폐를 끼치는 일이 될듯해서 저희 가족들은 안 가기로 했어요.


할아버지와 조상님들의 묘에 풀이 수북하게 자랐다고 할머니께서 “추석 때는 와서 벌초 좀 해라.”라고 하셔서 “네, 추석 때는 갈 수 있을 거예요. 그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세요, 할머니.”라고 했어요. 할아버지 묘에 수북이 자란 풀을 추석에는 제 손으로 뽑을 수 있게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기도하려고요. 저는 어려서부터 말을 잘해서 섬에 가면 할머니들이 참새라고 했어요. 참새가 할머니와 소장님 뵈러 추석에 날아가겠습니다.

보건소장님과 섬 주민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하고 고마우신 소장님, 사랑합니다.


ps. 편지지에 저희 아빠가 소장님을 위해서 직접 그림을 그리셨어요. 멋진 그림 보시고 힘든 마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2020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청소년(중등)부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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