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일반부 금상 - 김경미

by 편지한줄

당신에게


여보~♡


당신 50이 넘어 사업에 실패하여 가장의 책임으로 보험일도 하지만, 규칙적인 수입이 아니고 500만 원에 월세 35 단칸방에서 세 식구 자기도 힘들어 알아보다가 인천공항 물류센터 야간일. 그곳까지 갔는데, 어느 날 새 작업용 장갑이 다 헤어진 걸 인증샷으로 보내왔을 때 며칠 못 버티고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당신은 그 나이로 청년들도 오래 못하는 일을 무려 5년이나 밤잠 못 자면서 하고 낮에는 보험일도 했지. 그 긴 세월을 어떻게 말을 할 수 있을까?


떠밀려 지내는 시간들이었지. 이제 손목이 너들 거리고 손가락이 아파 밤에 포장작업을 하기에 어려운데, 먹고사는 일이 뭐라고 그만둘 수도 없었는데, 코로나로 면세 일이 줄어들어 3개월 무급 휴직하고, 야근 근무 안 하기로 해서 권고사직으로 그만두는... 인천 살고 인천 직장이면 무급휴가 노동부에서 받는데, 당신은 서울 산다고 배제된 게 무슨 경우인지... 여기저기 3개월 무급휴가에 사는 곳이 서울이라고 하소연해도 소 귀에 경읽기가 되어버리고 5월 1일 새벽에 4월 30일 밤 근무로 5년 넘게 한 밤일을 그만두고 운서역에 서서 인증샷을 보내주었는데, 그 사진이 말을 하더라. 흐르지 못한 눈물과 아파도 아프다고 내색 못하는 가장의 무게와 이제 하얀 머리에 나약해진 육신 피로 가득한 희미한 눈동자. 더 일찍 그만두게 하고 다른 일 찾게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미안함과 그동안 수고와 감사, 남은 생애 당신이 아무리 화를 내거나 삶에 힘들어 짜증을 내거나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잔소리를 해도 나는 절대 댓구를 하거나 서운해하거나 감정 찌꺼기를 남기지 않기로 다짐을 했어. 밤일이 무서운 게 일을 가지 않아도 밤에 여러 번 깨고 뒤척이고 일어나는 모습이, 한동안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마음을 내면서도 아프더라.


이제 남은 생애 우리가 얼마 살지 모르지만, 우리 식구 코로나도 이겨낸 것처럼 당신 밤일 두 번 안 하고도 의식주 해결하는 희망 가집시다. 초여름 비가 가물었던 대지와 건조함을 시원하게 씻어내는 아침이네. 당신 생애도 이처럼 모든 것 씻고 위로받고.


근로자의 날 근로자는 아니지만 쉴 수 있는 날이었어. 정말 좋았어.

사랑해요 여보.




2020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일반부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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