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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글 Apr 18. 2024

나에게 찾아온 행운

대학교에 들어가면 다들 “로망”이라고 하는 것들이 있지 않는가? 신입생 환영회, MT, 동아리, 미팅.. 그리고 연애. 특히 캠퍼스에서 여자친구(남자친구)와 걸어 다니는 CC를 꿈꾼다. 나 역시 대학교에 입학을 하면서 이런 로망들을 꿈꿨다. 그러나 미팅과 같이 여자친구를 만들 것 같은 자리에는 잘 나가지 않았다. 물론 인위적인 만남이 어색하고 내 스타일이 아니여서도 있지만.. 나는 연애가 두려운 사람 중 하나였다. 항상 마음속으로 ‘내 강박증이 다 낫기 전에는 연애는 절대 금지’를 강하게 소리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외활동을 위해 같이 일할 사람을 모색하던 중, 친구의 소개로 같은 학번 여자분을 만나게 되었다. 강박증이 한창 심했을 때는, 여자분과 단둘이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어서 여전히 이렇게 여자분과 만나는 날에는 긴장이 유독 더 많이 되곤 했다.


처음 밥 먹는 장소까지 걸어갈 때는 긴장도 많이 됐지만, 생각보다 밥을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이 너무 재밌었다. 불안한 마음보다는 편하고 즐거운 마음이 앞선 건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막 잘 보이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진솔하게 내 이야기를 이어나간 게 도움이 되었던 걸까..? 상대방분께서도 나에게 큰 호감을 느끼셨던 것 같다.

그렇게 같이 대외활동도 준비하고 그 핑계로 여러 번 만나던 중, 지하철역 앞에서 갑자기 여자분이 딱 멈춰 섰다. “나한테 뭐 할 말 없어?”라고 말하며 나를 쳐다봤다. 사실 가슴이 너무 두근거렸다. 그럴 때는 남자답게 딱 고백하고 그랬어야 하는데 강박증으로 인해 연애를 절대 안 하겠다고 다짐한 나에게 그 한마디는 너무나도 힘들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면, ‘아 나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접어버리거나 민망해서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는 경우도 많은데, 오랜만에 하늘에서 나에게 행운을 보내줬나 보다 “이젠 강박증을 좀 해결하라고”

내가 당황해서 ‘어.. 그게..’ 이렇게 하고 있자 갑자기 환하게 웃으면서 “오빠가 다 생각이 있겠지. 기다릴 테니깐 생각 다 정리되면 천천히 이야기해 줘 ‘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집에 와서 생각했다.

사실 나는 마지막 연애를 한 고등학교 이후, 심해지는 강박증으로 인해 더 이상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 당시 심해진 강박증으로 현역으로 대학을 가지 못했고, 1년 간의 긴 고통의 시간인 재수생활을 해야 했기에 연애를 할 생각조차 없었던 것도 맞다. 그럼에도 연애는 늘 두려웠다.

그런데 3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들지 않았던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그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에 반했고, 저 사람과 함께라면 ‘내 강박증도 이겨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무엇보다도 같이 있으면 너무 편하고 행복했다. 또다시 내 강박증으로 인해 그 행복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다음 주에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그때 만나면 내가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해주겠다고’

사실 이렇게 말하기까지도 수없이 많은 케이스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아.. 그냥 하지 말까?’ 이러기도 했고, 내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엄마에게도 물어보며 내가 이런 사람이 생겼는데, 과연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하면서 고민을 하곤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내 선택은 ’내 말을 듣고 그 사람의 반응에 내가 상처받는 한이 있더라도, 후회할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후회는 이야기도 해보지 못하고 그냥 이대로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끝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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