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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글 Apr 22. 2024

내 강박의 시작은?

생각해 보면 내 강박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내 기억에만 의존해야 하지만.. 내 생각에 내 강박증은 고등학교 1학년(17) 때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지금 난 23살.. 벌써 6년째 강박증 환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6년이라는 (지금 생각해 보면) 엄청 긴 이 시간 동안정말 다양한 일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강박이 너무 고통스러워 울기도 하고밥을 며칠 굶기도 하고, 잠도 잘 안 오고,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면 자괴감이 생기기도 했다. 가족한테라도 말하면 좋으련만.. 아니면 친구라도..


그러나 내 머릿속에 강박은 부끄러움이었다. 밖으로 꺼내서 드러내면, 사람들이 비웃을 거 같았고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이해하지도 못할 뿐, 나를 싫어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 번은 도저히 말할 때가 없어 가장 친했던 선생님께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지 못한 채 계속 아파하고 우울해하는 모습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엄마와 누나에게도 이야기하게 되었다. 예상과 달리, 그 누구도 나에게 손가락질하거나 이해 못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얼마나 아팠을지 그리고 진작 말하지 그랬냐는… 반응이 전부였다.


그러나 가까운 사람의 위로와 사랑에도 근본적으로 내 강박증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고, 그렇게 난 고 2 때 병원에 갔다.

그러나 병원에 가도 나에게 돌아오는 건 “반추” “강박” “걱정과 불안” 등의 진단과 약 몇 알 뿐이었다. 유명한 병원임에도 상담보다는 환자의 증상완화에 초점을 맞춘 처방이 전부였다. 물론 이게 도움이 아예 안 됐던 건 아니다. 사실 의사도 그런 처방을 나에게 내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지.. 나는 고3을 앞두고 있었고 상담을 통해 내 무의식의 무언가를 끌어내고 해결하기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게 뻔했다.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약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었다. 그렇게 재수까지 하며 기나긴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는 21살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다른 곳으로 이야기가 샌 것 같지만… 이것이 지금까지의 내 강박증의 생애를 짧게 다룬 것이고 지금부터는 이 글의 첫 문장에 대해 답해보도록 하자.

아주 오래전, 고 1 때로 돌아가볼까.. 6년이라는 이 길고 긴 강박이 시작된 때로

인생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두려움의 순간을 마주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나에겐 여자친구가 있었다. 중3 방학 때 학원에서 만나서 연애를 시작했다. 당연히 학생 때의 연애는 순수하고 풋풋하기도 하지만 그때가 언제인가.. 사춘기 시절의 연애는 그것 못지않게 성에 대해 눈을 뜨며 연애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그랬다. 뭐가 뭔지도 모른 체로 그냥 어디서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여자친구와 스킨십을 시도하고 그랬던 거 같다. 물론 성관계까진 하지 않았다. 그전 단계까지 했다고 하자.

그렇게 사춘기의 연애를 하던 중…어느 날 여자친구가 카페에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근데 우리가 한 그런 스킨십.. 물론 성관계는 아니지만 남자의 정액이 여자의 그곳에 닿아서 잘못 들어가서 임신이 되면 어떡해?”

그전까지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이야기..

이 말로 인해 내 인생은 한순간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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