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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편협성

지혜롭게 사용하는 인터넷

by 에이브 Ave


10년 전의 나는 이렇게도 인터넷이 만연하게 퍼지고 전 세계적으로 사용될 거라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때 당시에도 인터넷은 분명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고작 폴더폰을 사용하고 있었고 인터넷은 컴퓨터로만 접속할 수 있는 특별함이었다. 방과 후에 컴퓨터실에 가서 이것저것 검색해 보고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서로 자리싸움을 하며 번갈아가며 아이돌 이름을 검색해 보곤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 없이 지금 당장 휴대폰으로 알고 싶은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가 이제 인터넷은 나에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게 되었고 오히려 당연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이제 서서히 인터넷이 나에게 주는 불편함을 생각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조별과제가 있는 날이면 나는 괜스레 학교를 빼먹고자 안간힘을 썼었다. 조별과제를 한다는 건 즉 정보력 싸움인데 인터넷 검색을 잘하는 친구가 항상 이끌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곤 했지만 필요한 정보만 쏙쏙 얻는 유용함을 갖추지 못했기에 항상 뒤에서 기웃대는 게 나의 포지션이었다. 그래서 조별과제를 할 때 나는 자료들을 자르거나 붙이는 등 수작업 위주로 하고는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인터넷을 잘하지 못하는 내가 창피하게 느껴졌다. 다른 아이들은 스마트폰이 생겨서 틈만 나면 노래도 듣고 SNS 도 했지만 나는 아직 폴더폰이었다. 4학년 끝날 때쯤, 감사하게 스마트폰이 처음 생겼는데 그마저도 인터넷이 안 되는 스마트폰이었다! 노래를 다운로드하여서 듣는 정도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스마트폰도 감지덕지로 받아들이고 트렌디한 친구들 사이를 비집고 다녔다.


6학년이 되던 해에 드. 디. 어 인터넷이 되는 스마트폰을 새로 개통하게 되었고 나는 뛸 듯이 기뻐 바로 그 당일 인터넷 검색을 주야장천 해보았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노트북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종종 생겨났고 나는 우리 부모님 덕분에 작은 노트북을 가질 수 있었다. 노트북에 나의 비밀일기, 생각 등을 기록했고 처음으로 일기장이 아닌 다른 곳에 나의 생각을 적는 게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타자도 아직 독수리 타자를 하던 시절이어서 뜨문뜨문 글자를 적어나가야 했다. 그래도 나만의 노트북이 생기니 조별과제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조별과제를 할 때면 항상 발 빠르게 나에게 노트북이 있으니 내가 자료정리를 하겠다며 나서기도 했고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것도 항상 나의 담당이었다. 자유롭게 그리고 스마트하게 인터넷과 컴퓨터를 사용하는 나 자신이 참 대견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지금 나는 점점 인터넷이 두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2-3년 전, Chat GPT AI가 새로 나오던 시기에 교수님께서 AI를 사용하면 점수가 무효화되며 처벌이 있을 거라고 하셨다. 아마 2-3년도 더 전에 AI 챗봇이 나왔을지도 모르지만 특별히 Chat GPT는 다르게 여겨지는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당연히 절대 AI의 힘을 빌려 나의 과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고 더불어 절대 Chat GPT를 사용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그런 결심이 무색하게도 어느 순간 나는 여행 계획을 짜거나 자료를 수집할 때 Chat GPT를 사용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는 당연하게만 느껴지는 Chat GPT가 과연 옳은 것일까, 내가 하고 있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일까 고민에 빠졌다. 어떤 사람은 Chat GPT를 사용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세우는데 큰 도움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 Chat GPT가 가져다주는 편리함으로 인해 오히려 불편함이 생기는 경우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역사 수업을 듣는 와중에 교수님께서 질문을 던지셨다. “인터넷의 권력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였는데 단어만 듣는다면 그다지 어려운 질문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실생활에 접목해 보면 상당히 고민스러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이 언제부터 권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우리는 언제부터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사실이며 진실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을까? 인터넷이 우리에게 주는 정보가 다 믿을만한 정보인가? 만약 인터넷이 하루아침에 없어진다면 우리의 생활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까? 이 질문들은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생각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질문들을 토대로 인터넷의 권력 독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정보화 시대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과연 정말 ‘정보화’되고 있는 걸까?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나는 많은 혜택을 받았지만 그만큼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생각의 단순화와 편협함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만하다. 그렇기에 나는 우리가 생각을 넓히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인터넷을 사용할 때 진정으로 인터넷이 제공하고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책으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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