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을 부르는 재채기는 자유롭다
가끔은 진지하고 심각한 주제가 아니라 일상에서 접하는 단순한 것으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재채기라… 나는 예전에 어렸을 때 재채기를 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주 어렸던 아기였을적은 기억이 안나지만 내가 분명하게 기억하기 시작한 후로는 재채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을까… 좋아하는 아이가 옆에 있을 때 재채기를 꾸욱 참고는 했는데 그 이유는 재채기를 하는 내 모습이 볼썽 사나워 보일까봐였다. 그러다가도 재채기를 참지 못하고 해버렸을 때의 그 시원함을 아직도 못잊는다. 반 아이들이 질세라 재채기 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바라보면 또 다시 시원함은 사라지고 부끄럼만 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원하게 재채기를 했을 때 나는 왠지 모르게 내 몸에서 나쁜 것들이 모두 다 빠져나간 느낌이 들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주위 사람들 시선을 신경써 재채기를 더욱 더 조심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이없지만 그때는 나도 사람들이 신경 쓰였나보다. 그래서 코를 만지면 재채기가 참아진다는 말에 재채기가 나오려고 할 때마다 내 코를 만졌고 그러면 좀 사그러들었다. 귀엽게 예쁘게 재채기를 한다는건 내 사전에 있을 수가 없었기에 나는 수시로 재채기를 참았다. 이제 나를 시원하게 만들어줄 재채기는 내 곁에 없었다.
언제 한 번은 유튜브에서 연예인 재채기 모음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재채기 모음을 만들어놓았다는게 너무 어이가 없으면서도 막상 보니까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정말 다양하게 재채기를 하는 모습이 웃겼다. 어떤 연예인은 ‘재채기’를 외치면서 재채기를 하거나 어떤 사람은 큰 소리로 ‘악’ 소리를 지르면서 재채기를 하기도 했다. 가지각색의 재채기를 마음대로 시원하게 하는 사람들을 보며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이 멍해졌다. 그들은 빛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수 많은 불특정 다수에게 보이는 영상에 담겨있는 그들은 자유로워 보였다. 모두가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었고 재채기를 할 때면 표정이 흐트러졌지만 재채기가 그들의 매력까지 숨길 순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도 자유로워지기로 결심했다.
하루 아침에 고칠 순 없는 노릇이었기에 나는 다시 재채기를 시원하게 하는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도 재채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나를 좋아하고 아껴주는 사람들은 내가 재채기를 하던 콧물이 흐르던 외적으로 흐트러진 모습까지도 사랑하고 아껴줄 것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기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의 어느 여름,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들었다. 내 인생에서 이런 날이 다시는 올까 하는 이상하고 묘한 날이었다. 내가 미국에서 공부를 하리라고 생각해본적이 없기에 이런 순간이 찾아온 이유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래도 한 번도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안했다고 말할 순 없다. 어렸을 적에 미국에서 살고 싶기는 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주어진 이 기회를 잘 받아 나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첫 날, 미국 고등학교 교실에 잠자코 앉아있었다. 무엇을 해야할지도 몰랐고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때 옆에 친구가 큰 소리로 재채기를 했다. 그 순간 주위 사람들이 그 친구에게 “Bless you”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생전 처음 듣는 말에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고 그저 주위 사람들이 우연히 같은 말을 했던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오해는 금방 깨져버렸다. 내가 재채기를 하는 순간 주위 사람들이 다같이 또 “Bless you” 라고 하는게 아닌가? 혹시 내가 재채기를 했다고 눈치를 주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다시 나오려던 재채기를 깊숙이 밀어넣는 나였다.
“‘Bless you’ 라는건 너를 축복한다는 말이고 재채기를 함으로써 나쁜 병균이 너의 몸속에서 빠져나오게 하는걸 축복한다는거야.”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알려줬다. 아… 나에게 눈치를 준게 아니었구나 안도감이 들었다. 시원하게 재채기를 하는 나에게 누군가 Bless You 를 한다면 나도 그들을 축복하겠다. 나쁜 마음과 나쁜 생각과 나쁜 병균이 내 몸에 들어와 잠식하지 않도록 뿌리 내리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크게 재채기를 한다. 재채기를 한다는건 내가 내 몸을 지키겠다는 선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