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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태도를 빚다

모든 건 다 마음에서 비롯된다

by 에이브 Ave


모든 건 다 마음에서 비롯된다. 나의 생각도, 말과 행동도 모두 다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고 내가 ‘나’ 일 수 있도록 가이드해 준다. 나는 항상 나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고는 했다. 나의 마음이 가장 편한 곳으로, 곁에 있으면 안심이 되는 사람에게로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내 주위 사람들과 상황을 거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니 나는 내가 나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는 나의 마음에게 통제당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나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의 성실함에, 책임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도 척척 해내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나는 내가 봐도 너무 잘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니 (가명)라는 아이랑 같이 일하게 되었다. 피자와 파스타를 만드는 곳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일하는 3시간 내내 지니의 이야기를 끝도 없이 들어야만 했다. 지니가 좋아하는 음악, 밴드, 영화, 뮤지컬 심지어 다른 사람 험담까지 내가 듣고 싶지 않은 것까지 들어야만 했다. 그때 당시 나는 마음이 굉장히 연약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나의 안 좋은 점을 누군가 지적하면 바로 무너져 내렸다. 하루종일 울기도 하고 그 사람을 의도적으로 피하거나 내 마음에서 영영 제명을 해버렸다. 그랬던 나에게 어느 날, 같이 일하던 지니는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 ‘이래라저래라 하지 좀 마. 너 진짜 거만해.’ 지니의 말을 듣고 나는 일이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카페테리아를 빠져나와 울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 아이가 한 말은 모욕하는 말도 아니었고 심한 욕도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도 내가 거만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기에 그리고 나는 지니가 말할 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들어주었다고 생각했기에 그 애가 말하는 말이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감히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내가 그동안 얼마나 쓸데없는 말을 열심히 들어줬는데. 하나도 안 궁금한데 자기 할 말만 하고 정말 이기적이야. 나한테 질문 한 번 한 적 없이 자기 할 말만 하고 뭐? 이제는 내가 거만해?’ 나는 끊임없이 지니에 대해서 생각했고 울분을 삭일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의 말에도 나는 금방 넘어졌고 무너져 내렸다. 다른 사람의 악의와 적의에 나는 아무런 힘없이 속수무책으로 상처를 받았다.


시간이 흘러, 나는 내가 꽤 성숙해졌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하는 말에 절대로 휘둘리지 않으리라 결심했고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식사자리에서 친구의 지인을 만났다. 함께 식사를 하는데 그의 다소 무례한 태도에 나는 감정이 상해버렸다. 다 같이 대화하는데 고의인지 실수인지 나를 대화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혹시 인종차별을 하는 건 아닐까 괜히 더 기분이 나빠졌었다. 그리고 몇 주가 흘러 우연히 다시 길에서 마주치게 되었는데 아예 처음 본 척을 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 순간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이 사람을 싫어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로도 자주 마주치게 되었는데 내가 일부러 무시를 하여도 이 사람과 계속 만나야 하는 상황이 펼쳐져 곤혹스러운 일들을 맞닥뜨려야만 했다.


이 사람을 싫어하기로 결심하고 나니 이 사람의 말투, 억양, 생김새, 성격, 옷차림, 모든 게 다 거슬렸고 꼴 보기 싫어졌다. 나는 왜 내 주위에는 무례한 사람밖에 없는 건지 내 신세 한탄을 거듭하며 1학년을 보내야만 했다. 같은 색깔의 빨간 헤드폰을 쓰고 다니는 그 사람 때문에 내 헤드폰을 쓰고 밖에 돌아다니는 게 싫어졌고 그 사람을 좋게 생각하는 사람까지도 꼴불견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나는 내 주위에 무례한 사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도 무례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에 대한 싫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그 사람의 인사를 무시하거나 못 본 체하고 나쁜 마음을 품었다. 내 나쁜 마음은 나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나를 상처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갈대처럼 나의 대학생활을 보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내 마음이 편한 대로 행동하려 했지만 그렇게 하려 하면 할수록 더욱더 불편해졌다. 곁에 있으면 안심이 되는 사람에게 향하면 향할수록 내 주위에는 내가 생각했을 때 무례한 사람들이 넘쳐났고 나는 어느새 날이 바짝 슨 칼날처럼 변해있었다.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왜 계속 이렇게 되는 걸까? 나는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


나는 내 마음을 되돌아보았다. 내 마음이 나를 통제하려 할 때 통제를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했다가 더 상처받고 더 힘들어지는데 그럼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면 안 되는 걸까?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는 깨달았다. 애초에 나는 내 마음의 태도를 바꿔야 했다는 것을.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시키는 대로 한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내 마음의 밭이, 내 마음의 태도가 잘못되어 있었다. 나의 무례함은 모르고 다른 사람의 무례함을 손가락질했고 나의 태도가 거만했던걸 모른 채 다른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마음의 태도가 비뚤어진 것을 몰랐다. 마음의 태도가 옳은 곳을 바라볼 때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시키는 대로 따라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뚤어진 마음이 나를 비뚤어진 길로 이끌기 때문이다.


모든 건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고 내가 ‘나’ 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내 마음의 태도를 바꿀 때, 나는 가장 나다울 수 있게 된다.


KakaoTalk_20240920_230916168_11.jpg 나의 마음은 어디에서부터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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