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좋아하게 될 때
과연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과학을 좋아하니까 과학자가 있고 그동안 많은 실험이 이루어진 거겠지만 나는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신기하다. 한국에서 공부할 적에 중학교까지는 통합과학을 배워서 과학 A와 과학 B로 나누어서 화학, 물리 그리고 생물, 지구 이렇게 배운 기억이 난다. 이렇게 광범위한 과학을 통합하였기에 한 분야를 깊이 파보지 못한 아쉬움이 항상 남아있었고 과학이라는 게 왜 과학인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중학교 과학을 끝내야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과학과 나의 관계는 다소 얄팍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부모님이 신청해 주신 과학소년 잡지를 보며 과학의 잡지식을 살짝 맛보았지만 재미있는 만화만 몰아서 보려고 맨 앞에 몇 장과 뒤쪽에 있는 재미난 과학 소식만 보던 기억이 난다. 이어지는 만화 스토리에 다음 과학 잡지가 기다려지면서도 한 번도 만화 이외에 다른 과학 정보들은 거들떠보지 않았던 나다.
고등학교 시절, 만약 화학, 물리, 생물, 지구 중에서 한 가지만 골라서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면 나는 무조건 생물을 골랐을 거다. 아니면 차라리 지구과학을 공부하겠다고 나섰을 거다. 그 이유인즉슨, 화학과 물리는 절대로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두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미국 고등학교에 전학을 와서 처음 접한 과학이 화학이었으니 말 다했다. 한국어로도 전혀 이해를 못 한 화학개념을 영어로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영어로 겨우 몇 마디만 할 줄 알았던 나는 당연하게도 그리고 슬프게도 화학수업에서 F의 쓴 맛을 맛봐야만 했다. 성적표에 비상이 걸린 나는 화학과 여러 차례 결투를 치러야만 했고 그러는 사이 미운 정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나의 마음속에는 자연스럽게 과학에 대한 흥미가 싹을 틔웠다.
한 가지 과학 분야를 쭉 파고드는 미국의 과학 수업은 흥미롭게도 나의 지적욕구를 자극하였다. 화학을 가까스로 통과하고 나니 어느새 나의 영어는 훌쩍 늘어나 있었다. 그래서 다음 해에 환경과학을 공부할 때 내가 이 정도로 영어를 잘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눈에 띄도록 향상된 나의 영어에 깜짝 놀라 과학에 대한 흥미는 잊어버렸다. 시간이 흘러 대학교 1학년이 된 나는 아주 큰 시련을 마주하였다. 바로 물리학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리학은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학교에서 배울 때에도 피해 가려고 안간힘을 쓰던 과목이었기에 나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는 물리학은 마블 영화 시리즈 중 앤트맨이 양자역학으로 뭔가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것밖에 몰랐기에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급하게 최대한으로 잡다한 지식과 정보를 모았다. 일생일대의 위기였고 나의 대학교 생활을 고등학교 때처럼 F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급하게 공부에 들어갔다.
여러 가지 물리학 이론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E=mc^2이다. E 가 에너지인건 알고 있지만 m이 무엇인지 c가 무엇인지 왜 제곱을 해야 하는지는 하나도 모르고 마냥 공식만 달달 외우곤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블 영화나 다양한 미디어에서 소개되는 양자역학이 소개되면서 나는 더욱더 혼란을 겪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 외우던 공식을 왜 외워야 하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외웠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부족했던 것이다. 양자역학에 들어가서 갑자기 작아지고 뭔가 시간을 거스르고 하는 이러한 일들이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물리학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여름방학동안 할 일 없이 빈둥대는 것이 양심에 찔려 집어든 책이었는데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와 ‘엘레강트 유니버스’였다. 연달아 브라이언 그린의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물리학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물리학에 관해 깊이 고심하고 파고들다 보면 어느새 화학과 생물과 다른 과학 분야와도 연결되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이 사실이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토록 이해가 안 되던 양자역학도 초끈이론도 무한의 개념도 한없이 끝없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주제이자 논쟁거리였다. 마치 3살짜리 아기처럼 왜라는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나는 물리학에 관한 강의와 영상을 찾아보면서 나의 호기심을 채워나갔다. 그리고 나에게 이제 과학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두통’이 아닌 계속해서 궁금하게 만드는 질문하게 만드는 ‘첫사랑’이 되어버렸다. 과학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이야기할 것이 너무나도 많은 소재거리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