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같은 곳을 바라본다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유튜브를 시청하다가 알고리즘으로 우연히 뜬 영상을 시청하게 되었다. 본래 나는 보던 영상만 보기 때문에 새로운 영상이 유입되는 것에 경계심이 있지만 영상 제목이 흥미롭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여 순간적으로 클릭하여 시청하게 되었다. 영상 내용은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한 부부의 일상생활이었는데 어릴 적에는 어른들의 세계라고 생각한 결혼이 어느새 내 나이 또래의 세계로 다가왔다는 게 실감이 나는 영상이었다. 아직도 우리는 마냥 어린 십 대라고만 생각했는데 짝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들의 소소한 일상이 나에게는 새롭게 느껴졌고 그들의 다른 영상도 덩달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궁금해졌다. 왜 우리는 결혼을 하는 걸까?
이번에는 친한 학교 선배 언니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한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가끔씩 만나서 커피 한 잔을 하기도 하고 집에 놀러 가기도 했던 친한 언니다. 나랑 1-2살 차이가 나는데 방학마다 매번 같이 놀다 보니 언니라기보다는 친한 친구처럼 느껴지는 언니였다. 그래서 그런지 작년 겨울, 언니가 약혼을 했다는 소식에 나는 놀라 자빠져버렸다. 언니에게는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는데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약혼을 했다고 한다. 사실 나는 언니의 남자친구를 처음 보고 의아함을 숨길 수 없었다. 둘은 겉으로 보기에는 성격이 굉장히 달라서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커플이었기 때문이다. 언니는 쾌활하고 밝은 성격이라면 남자친구는 조용하고 말이 별로 없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언니가 해준 연애 이야기로는 처음 남자친구가 언니의 쾌활한 성격에 호감을 느껴서 먼저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본래 자신과 다르면 호기심이 생기고 그렇게 계속 보다 보면 호감이 생기게 되는 그런 원리인 걸까? 그러고 보면 내가 만난 대부분의 커플은 성격이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성격이 안 맞는다기 보다는 서로 다른 쪽으로 특화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게 대부분의 커플인 것 같다. 한쪽이 사교성이 좋고 먼저 말을 건네는 성격이라면 다른 쪽은 듣고 답하면서 생각하는 그런 스타일인 커플들이 많이 보았다. 물론 성격이 비슷한 커플도 본 적은 있다. 하지만 성격이 비슷해도 선호하는 스타일이나 대화 방식에서 조금 다른 부분이 있지 않을까?
예전에는 ‘다르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었다. 나는 세상을 다르기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고 다르기 때문에 손가락질받는 그런 세상으로만 알고 있었다. 학교는 가지각색 본인만의 매력으로 ‘다름’을 표현하는 학생들보다 규율을 따르고 정해진 대로 ‘같은’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선호했고 친구 무리에서는 서로의 다른 생각을 존중하기보다는 생각이 ‘다른’ 친구를 돌연변이로 여겼다. 그렇기에 나는 ‘다르다’는 것이 두려웠다. 남들과 다르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고 같은 것을 좋아하고 같은 것을 입고 같은 것을 따라서 했다. 인기 있는 연예인이 입어서 유행이 된 롱패딩을 사서 입고 모두 다 삼선슬리퍼를 신기에 나도 흰색 실내화보다 슬리퍼를 신고 다녔다. 운동장이나 체육관을 둘러보면 모두 같은 차림의 친구들을 볼 수 있었고 나는 ‘같음’에 안심했다. 그러나 나는 곧 깨달았다. 내가 같아지기 위해 노력했던 ‘남’들은 말 그대로 모두 다른 ‘남’들이었다는 것을. 애초에 같아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말을 하고 같은 음식을 먹어도 우리는 다 다른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 사회를 잠시 엿보다 보니 또 하나 깨달은 점이 있다. 우리가 다 다른 사람이기도 하지만 더 달라지기 위해 어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는 같아지기 위해 노력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같아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십 대에는 톡톡 튀는 자신만의 매력을 숨기기 위해 안간힘을 썼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이제 나만의 매력이 흐려지고 사회에 동화되지 않기 위해 도망친다. 녹아져 사라지는 자신만의 매력을 다시 되찾기 위해 어른들은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혹은 이미 사라져 버린 나만의 모습을 되찾기를 포기하고 ‘같음’에 휩쓸려버린다. 이런 다소 허무한 사실을 깨닫고 나니 ‘결혼’이라는 것도 다르게 보였다. 예전에는 같은 부분을 보고 결혼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르기 때문에 결혼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름에서 사랑을 느끼고 서로가 가진 특별함을 매력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렇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의 특별함에 감사할 수 있고 다르기 때문에 나의 매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이고 축복인지 결혼을 통해 알아가고 배워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