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논리적인 마음

인간이 인간적인 건 모두 마음 때문이야

by 더 메모리 THE MemorY


사실이 뭐였는지 중요한가요? 내가 지안이를 건사하게 된 거나 사실에 비추면 다 말이 안 되죠. 마음이 어디 논리대로 가나요?
- 나의 아저씨 中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 때가 있다.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생각으로는 가능한 상황이 있다. 우리가 미워해야 하지만 미워할 수 없고 사랑해야 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것은 마음이 논리대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 머리로는 미워해야 한다 말하지만 마음은 사랑하게 되고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지만 미워한다. 철천지 원수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고 전혀 섞이지 않을 물과 기름 같은 관계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서로가 서로를 애틋해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계속해서 좁혀지지 않는 머리와 마음의 간극은 분명 머리와 마음이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마음이 어디 논리대로 가나요? 이 말이 나에게 참 와닿았다. 내 성격상 비논리적이고 비약적인 것을 싫어하지만 마음은 논리적일 수 없다는 게 분하면서도 위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꼭 머리로 이해를 해야 한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왜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런데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고 있는 나에게도 나 스스로가 지칠 때가 참 많다. 악착같이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내가 안타깝고 불쌍하게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은 이런 나를 조금은 숨 쉴 수 있게 만든다. 논리를 따지는 나에게 논리를 벗어나게 만드는 것은 오직 마음뿐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싫어할 이유를 찾는 건 너무나도 쉽다. 그저 눈에 보이는 이치와 이익에 따라 상대방을 나누고 재다보면 어느새 싫어할 이유 같은 건 산더미처럼 쌓여버리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사랑할 이유를 찾는 건 너무나도 난해하다. 어려운 걸 넘어서 난해한 이유는 논리와 비판적인 사고 모두 내던져야만 사랑할 이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일 거다.


불과 몇 달 전, 나는 싫어할 이유만을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온통 주위에는 싫어할 만한 사람 투성이었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상식’을 들먹이면서 그들을 폄하하고 판단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보다 낫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사랑할 이유를 마음에 품고 있다. 머리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지 않고 어쩌면 비약적일 수도 있는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랑할 이유가 망망대해를 넘어온 우주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조금 달리 보는 눈은 무릇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니 약간은 비논리적인 마음이지만 사랑할 수 있다면야 논리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알고 사랑할 수만 있다면야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던 숨겨진 사실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머리로는 ‘그래도…’ 하는 작은 생각이 문득문득 스쳐 지나가지만 그래도 나는 고백해야 한다. 마음은 머리를 넘어설 자격이 충분하다고. 마음은 논리적인 머리보다 중요하다고. 인간이 인간적일 수 있는 건 논리적이지 않은 마음 때문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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