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는 외계인
코로나 격리 아니 사육 둘째 날.
남편이 자기도 검사받아야 한다고 월차를 냈다.
잠에서 깨어보니 밖이 시끌벅적하다. 집에서 검사하니 다행히 가족 모두 음성이라는 얘길 나누고 있었다.
‘정말 다행이다. 나만 아파서...’
‘오늘 아침은 내가 좋아하는 소고깃국이 나오겠지.’ 싶어서 이불을 정리하려고 일어나는데 몸이 휘청거린다. 목이 어제보다 좀 더 아픈 거 말고는 괜찮은 것 같은데 왜 이러지?
목소리도 더 안 나오고 몸이 밤새 맞은 것처럼 쑤신다.
‘아~ 오늘부터 아프기 시작인 건가?’
아침으로 주신 소고깃국에 밥을 말아서 먹으려는데 목이 아파서 밥이 안 넘어간다.
‘어머! 내가 아파서 음식을 못 먹을 때도 있네’
밥과 반찬을 반 남겨 비닐봉지에 넣어두고 먹는 한 그릇이 왜 이리도 안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꼭꼭 씹어서 잘 넘어가게 먹어야지 싶어 한참을 씹으니 밥 먹는 시간이 30분이 걸렸다. (평소에는 5분 컷인데)
딸아이 등교시키면서 운동 간 남편이 돌아오면서 편의점에 들러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도넛을 사 왔다.
어머니와 자기 것도 있으니 먹으라며 노크를 한다.
“사식 넣었소.”
“네.”
“그래도 지 마누라라고 간식까지 챙기는 거 봐라. 지 엄마는 아파서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쓰던 놈이..”
어머니의 뒤끝 있는 말에 남편에게 미안해졌다. 나 좋아한다고 사온 도넛도 먹고 싶지 않았다.
약을 먹고 한 숨 자고 나니 남편이 점심으로 자장라면을 할 건데 괜찮겠냐고 묻는다.
"난 뭐든 괜찮아."라고 답하고 나니 들려오는 어머니의 또 한 마디.
“집에 있을 때는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던 놈이 지 마누라 좋아한다고 라면 끓이는 거 봐라.”
“내가 뭐 저 사람 아프다고 그래요? 엄마 귀찮고 힘드니까 내가 점심하려고 하지.”
라며 너스레를 떠는 남편.
‘여보, 어머니 라면 싫어하시는데.. 너무 속 보인다.’
그렇게 어머니의 구박을 들으며 남편이 만들어준 자장 라면.
다행히 아직 면은 잘 넘어간다. 밥이었다면 아마 1시간은 걸렸을 식사시간이 남편 덕분에 빨리 끝났다.
자꾸 자니까 몸이 쳐지는 건가 싶어서 책을 꺼내 들었지만 몇 장 못 읽고 포기했다.
왜 코로나 걸렸던 지인분들이 아무것도 못하고 잠만 잔 건지 이해가 되었다.
약만 먹으면 기절이다.
어머니가 챙겨주신 간식과 커피 한 잔에 오전에 들은 어머니의 구박이 희미해진다.
아마도 평소에 툭툭 거리며 말을 뱉는 남편과 대화가 하고 싶으셨나 보다.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서 평소 하던 대로 얘길 하신 게 내 귀에는 구박으로 들렸던 거겠지.
방법이 다를 뿐 나를 걱정하고 남편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겠지.
그래도 방법을 바꿔 주시면 좋겠는데 말이다.
구박보다는 질문으로 물어봐주시길, 비교 대신에 내가 잘하는 걸 좀 더 잘한다 해주시길 바라는 건 아직 부모 마음 모르는 철없는 며느리라서 드는 생각일까?
노크소리에 정신을 차리니 오늘 저녁은 미역국이다. 내가 좋아하는 두 번째 음식.
아이 낳고 산후조리하면서도 내가 질릴까 봐 매일 다른 조리법으로 미역국을 끓여주셨는데 그 덕분일까?
미역국만 한 달 동안 먹고도 질리지가 않았다. 특히 들깨 들어간 미역국은 평소에도 두 그릇씩 먹는데 목이 너무 아팠는데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니 조금 가라앉는 것 같다.
음식이란 참 신기하다 미운 마음이 들다가도 그 사람이 내어주는 따뜻한 음식에 마음이 스르륵 녹는다.
이래서 밥 정이 무섭다는 건가?
매일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으면서 미운 정이 고운 정으로 변하고 거기에 밥 정까지 더해졌으니
시어머니가 밉고 싫다가도 또 배시시 웃으며 수다 떠는 내가 이상한 건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