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세계가 사랑하는 여행지다. 국가별 관광객 순위에서 1위를 달리는 프랑스의 대표도시다. 그중에서도 에펠탑은 파리여행의 정점이다. 루브르 박물관을 안 가는 사람은 있어도, 에펠탑을 가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파리 어느 곳에서든 보이는 이 에펠탑은 파리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에 크게 한몫하고 있다. 에펠탑에 가까워질수록 여행자의 설렘은 커진다.
에펠탑은 행복 전시장이다. 전 세계의 행복이 이곳에 다 있다. 잔디밭에서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 곳곳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연인, 사이요궁에서 케이팝 커버영상을 찍는 젊은이들까지. 다국적 사람들이 에펠탑에서 가장 낭만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상하게 나는 에펠탑에 있으면 우울하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술에 취하고, 즐거움에 취해있었으나 나는 그 반대였다. 아마 외로워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 좋은 풍경을 나 혼자 보는 게 아쉬워서 느끼는 감정이라고 추측했다. 다음에 에펠탑에 온다면 꼭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 오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광경을 공유할 거라고.
이듬해, 친구와 함께 에펠탑을 방문했다. 이 친구와는 이미 수차례 해외여행을 함께했고, 우리는 서로 검증된 사이다. 여행에 있어서는 죽이 잘 맞다. 그렇게 이번에는 에펠탑에서 혼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말이다. 여전히 에펠탑에서 우울했다. 혼자 에펠탑이 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방문에서 느꼈던 우울함의 원인이 외로움이 아니었나 보다. 파리가 싫었느냐? 그것도 아니다. 잘 보존된 건물들, 맛있는 음식들, 수많은 미술작품들. 파리는 느낄거리 가득한 여행지다. 파리여행은 즐거웠으나, 이상하게 에펠탑에만 오면 초라해졌다. 매번 에펠탑에 갈 때마다 원인 모를 우울함을 안고 찝찝하게 숙소로 돌아갔다.
파리에서 즐겨 들었던 노래가 있다. 백예린의 'Bye bye my blue'라는 노래다. 제목과 다르게 이 노래는 시종일관 우울하다.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도 파리였는데, 이 노래 특유의 가라앉은 분위기와 여운 마음에 들었다. 지금도 이 노래는 종종 듣는데, 하루는 가사를 유심히 살펴봤다.
난 왜 니가 가진 것들을 부러워하는 걸까
감당하지도 못할 것들을 손에 꼭 쥐고서
여기서 무얼 얼만큼 더 나아지고픈 걸까
너도 똑같은 거 다 아는데 내가 이기적인 걸까
아마도 이 가사가 내가 우울했던 이유 같다. 부러워서 그랬나 보다. 인생 역대급 행복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았고, 그 행복한 사람들이 부러웠다. 내가 가지지 못한 걸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다.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인 모습들이 부러웠다. 부러운 것에서 끝나지 않고 우울함으로 진행됐다. 가장 행복한 곳이라서 우울했다. 나는 저 순도 100%의 행복을 가지지 못해서, 앞으로도 가질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우울했다. 백예린 씨, 당신도 나와 같은 심정으로 이 노래를 불렀나요?
바보 같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 인생을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에 큰 근심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모르는 언어로 '인생 거지 같네 죽어야지' 라며 건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내가 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욕심은 끝이 없고, 남의 떡이 커 보인다. 그렇다. 아무래도 에펠탑 블루의 원인은 존재미상의 무언가를 부러워하는 내 욕심이다. 행복하지도 못한데, 샘도 많다. 그 정도밖에 안 된다.
파리는 내가 에펠탑에 가도 우울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 때, 그때가 되어야 다시 갈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거나, 혹은 내가 무척 행복하거나. 음. 어쩌면 다시는 파리여행은 없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