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깨닫는 아빠 마음
잦은 엄마의 가출에 우리 남매는 익숙해졌고, 마지막 가출에도 막연히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었다.
엄마가 집을 나가면, 다음날 집전화로 전화를 걸어 아빠가 받으면 끊고, 우리가 받으면 흐느껴서 울었다.
그리고 그 전화가 두세 번이 되고, 며칠이 지나면 아빠가 엄마를 찾아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 어렴풋이 떠오른 기억으론, 그런 끊기는 전화가 오면 아빠가 우리에게 전화를 받도록 시켰다. 아마 아빠는 그 전화가 엄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이 방법이 우리 집 루틴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또 집을 나갔던 엄마가 울며 전화하는 수화기 너머로 내가 의연하게 대답했었다.
“엄마 oo일에 운동회니까 그때는 꼭 집에 와야 해? “
8살짜리 입에서 나온 저 대사에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럼에도 엄마는 그 종교를 놓지 못했다.
아빠가 몇 번이고 엄마가 믿는 거 까진 말리지 않을 테니 애들은 두라고 말했지만 엄마는 듣지 않았다.
그러다, 오빠가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무렵 엄마가 제안을 하나 했다.
“식당을 차려주면, 나 이제 그 종교 안 믿을게”
몇 년을 골머리를 앓았던 그 종교를 놓는다고 하니 아빠는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오빠가 다니는 중학교 옆에 식당 하나를 얻어주었다.
그리고 그게 비극에 시작이었다.